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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성의 정상을 오르면 금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잔잔한 강물 위로 퍼지는 아침 햇살은 느티나무 가지 사이를 은은하게 비추고, 붉은 노을이 질 무렵에는 일몰의 황홀함이 더해진다. 계절과 상관없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든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 이유다. 느티나무 아래 발걸음을 멈춘 연인과 가족은 그 순간을 사진으로 간직하며, 자연이 선사하는 색채와 고즈넉한 풍경 속에 특별한 추억을 쌓는다.
그러나 이곳의 가치는 단지 풍광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림성은 백제 동성왕 23년(577년)에 축성된 전략적 요충지로, 나당연합군과 맞서 싸웠던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백제 멸망 이후에는 부흥 운동의 주요 거점이 되기도 했으며, 남아 있는 성벽과 발굴 현장은 그때그때 발굴조사가 진행되어 고대 백제인의 삶과 전투 흔적을 생생히 보여 준다. 성곽의 돌 하나하나가 무게를 지닌 채 고대인의 발길을 기록하고 있어, 방문객은 자연의 풍경과 함께 시간의 두께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부여군 관계자는 "사랑이 깊어지는 곳,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에서 가족과 연인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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