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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이기기 위한 말, 줄서기 위한 침묵.
그런데 묻고 싶다.
왜 국민은 여전히, 싸움터에 깃발만 던져주고 물러나는가.
2024년, 선거는 또다시 '색깔의 축제'였다.
빨간 땅은 여전히 빨갛고, 파란 고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동네니까, 우리 당이니까."
그 습관 하나가 나라를 바꾸지 못하게 만든다.
선거 때만 되면 듣는 말?"그 사람은 사람 좋은데, 당이 별로야."
하지만 사람 좋은 건 식당 주인에게 바라는 미덕이다.
정치인은 '판을 바꿀'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조선은 당쟁의 나라였다.
동인, 서인, 남인, 북인?이름은 달라도 하는 일은 같았다.
자기편 세우고, 남의 편 깎아내리고, 결국 칼보다 혀가 나라를 망쳤다.
병조판서 자리는 실력이 아니라 줄서기로 정해졌다.
외침 앞에서도 조정은 오직 파벌을 지켰다.
그 끝이 병자호란이었다.
정치는 그때도, 지금도 말싸움으로 흘러간다.
정치(政治)는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엔 바름보다 '바람'이 많다.
눈치 바람, 공천 바람, 지역정서라는 이름의 태풍까지.
이념도 이젠 낡은 배다.
좌우가 아니라 위와 아래를 봐야 할 때다.
누가 국민을 위하고, 누가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가.
정당은 깃발일 뿐이다.
깃발은 휘날리지만, 그 깃발을 '먹는 자'가 누군지를 봐야 한다.
표를 가진 국민이 깨어 있지 않으면, 그 깃발은 언제든지 기득권의 식탁 위로 올라간다.
이제는 우리 몫이다.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자고 누누이 말해도 바뀌지 않았다.
당이 바뀌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표는 눈이 아니라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누가 더 많이 웃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책임질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정치는 고르기 게임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위탁하는 계약이다.
눈앞의 깃발보다, 그 깃발 뒤에 선 사람의 그림자를 보라.
아직도 당만 보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를 선택한 게 아니라 깃발을 선택한 것뿐이다.
정치를 바꾸는 건 정당이 아니라, 눈을 뜬 유권자 한 명이 진영보다 진심을 택하는 그 순간이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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