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비극적 공포와 사회적 정황 '노이즈'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비극적 공포와 사회적 정황 '노이즈'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5-07-10 17:05
  • 신문게재 2025-07-11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709_150647649
영화 '노이즈' 포스터.
공포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 영화는 그걸 예리하게 포착해서 끈질기게 캐들어갑니다. 사람이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심각하고 예민한 문제일수록 사람들에게는 경원의 대상이 됩니다. 같은 아파트에서 벌어졌고,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에도 재건축과 관련한 경제적 손해에 대한 우려가 더 크고 비정하게 작동합니다.

이 영화가 그러하듯 한국 공포 영화의 많은 경우는 사회적 정황과 관련됩니다. 외국의 공포 영화들이 대체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는 동네가 아니라 외딴 성이나 숲, 섬 등 특별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것과 다릅니다. 역대 한국 최고 영화로 꼽히는 김기덕의 <하녀>(1960)가 끼친 영향이 큽니다. 근대적 도시화 상황 속에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사회경제적 계층 차이, 비인간화, 관계와 소통의 단절에 따른 소외, 피해의식 등이 공포의 요인이 됩니다.

영화는 근대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아파트와 관련한 이기심, 소외, 트라우마를 다룬다는 점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와 유사한 정황이 있습니다. 젊은 미혼 자매가 겪는 공포라는 점에서 <장화, 홍련>(2003)을 닮았고, 아파트 지하실을 미스터리와 공포의 공간으로 다룬다는 면에서 <플란다스의 개>(2000), 어린아이가 의심스러운 공간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살인의 추억>(2003)을 떠올리게 합니다. 정인이 주영을 공격할 때 들고 있는 장도리에서 <올드보이>(2003), 샤워실은 아니지만 세면대의 구멍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는 히치콕의 고전 스릴러 <싸이코>(1960)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는 여러 유명 장면을 영리하게 끌어다 쓰지만 가장 특징적으로는 공포의 심리를 소리와 연관 짓습니다. 아파트 층간 소음이라는 물리적 현상이 어떻게 사람의 심리에 작동하여 피해의식과 혐오, 공격 행동으로 나타나도록 하는지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과 사건, 내러티브의 진행을 통해 절실하게 경험합니다. 또한 소리와 공포의 심리가 연관되는 상황을 공간과 밀착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일이 벌어지는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듭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의 근저에 소통의 단절과 관계의 소멸이 있다는 것은 실로 비감한 일입니다. 실상 층간 소음이란 것이 물리적 현상 이전에 인간 존재의 근거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더욱 비극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곳에 나와 같은 인간이 살고 있고, 소중한 가족과 삶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주영이 말미에 이르러 만난 공감의 진실이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항우연 노조, 이상철 원장 사퇴 촉구 "무능과 불성실"… 항우연 입장은?
  2. 경부고속도 '상서 하이패스IC' 10월 내 개통된다
  3. '현충원 하이패스 IC' 재추진 시동…타당성 조사 연말 완료
  4. "석식 재개하라" 둔산여고 14일부터 조리원 파업 돌입… 4~5개교 확산 조짐
  5.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스무 살에 금융기관 취업한 비결은?
  1. 5개월 앞둔 통합돌봄, 새틀짜기 논의 활발 "기관 협의체 만들고 직역 협력모델을"
  2. 명실상부 중부권 최대 캠핑축제… '2025 꿀잼대전 힐링캠프' 활짝
  3. [홍석환의 3분 경영] 올바른 질문이 먼저
  4. 여야, 내년 지방선거 '공천룰' 준비… 충청 정치권 촉각
  5. [기고]안전한 대전시민의 밥상을 위해

헤드라인 뉴스


둔산여고 조리원 파업 재개… 수능 한달앞 학생 피해 불가피

둔산여고 조리원 파업 재개… 수능 한달앞 학생 피해 불가피

1학기 준법투쟁 시작 후 석식(저녁)이 중단된 대전둔산여고 조리원들이 14일부터 급식 파업에 돌입한다. 수능을 30일 앞둔 가운데 노사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학생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13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다음날인 14일부터 대전둔산여고 조리원 9명 중 7명이 급식(중식) 파업에 나선다.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둔산여고 파업에 연대해 노조 간부 등이 속한 4~5개 학교서도 파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비노조는 1학기 중단된 석식이 재개되지 않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

`2025 대전 빵축제` 더 커진 규모로 찾아온다
'2025 대전 빵축제' 더 커진 규모로 찾아온다

매년 큰 인기를 받은 대전 빵축제가 올해 몸집을 더 키워 찾아온다. 13일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대전 동구 소제동 카페거리 및 대동천 일원에서 대전의 102개 빵집이 참여하는 가운데 '2025 대전 빵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2025 대전 빵축제'는 대전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하고 대전시, 동구청, 대한제과협회대전광역시지회, 성심당이 후원하며, 공식행사, 빵집 컬렉션, 마켓&체험 프로그램, 축하공연, 구매이벤트, 부대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주요행사로 ▲개막식 ▲10m 대형롤케..

강소기업 21개사, 충남에 4448억 투자해 공장 신설·이전
강소기업 21개사, 충남에 4448억 투자해 공장 신설·이전

충남도가 21개 기업으로부터 4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1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한민석 웨이비스 대표이사 등 21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21개 기업은 2028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30만여㎡의 부지에 총 4448억 원을 투자,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타지역에서 충남으로 이전하고, 국외에서 복귀한다. 이들 기업이 계획대로 가동할 경우 신규 고용 인원은 총 1316명이다. 구체적으로 천안 테크노파크산단엔 경기도 소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한 달여 앞…긴장감 도는 학교 수능 한 달여 앞…긴장감 도는 학교

  • 가을비 머금은 화단 가을비 머금은 화단

  • 추석 지난지가 언젠데… 추석 지난지가 언젠데…

  •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