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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펼쳐지는 신청사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국악원 역사와 미래를 잇다' 포스터./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신청사 개관 10주년과 국악단 창단 44주년을 맞아 오는 7월 18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특별한 기념행사와 공연을 개최한다.
2014년 신청사로 자리를 옮긴 뒤 국악원은 매해 시민과 함께하며 지역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켜왔다. 이번 무대는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되새기고 전통과 창작이 공존하는 공연으로 지역 국악의 가치를 시민과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비롯해 국악계 관계자와 시민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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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린 부채춤 공연./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
2부 공연은 저녁 7시 30분 국악원 큰마당에서 막을 올린다. 종묘제례악으로 문을 열어 국악단의 역사성과 예술적 무게를 담고, 신임 임상규 예술감독의 첫 공식 지휘와 가객 장사익의 특별무대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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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대전시 지정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가야금 고악보 '졸장만록'./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현존 가야금 악보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졸장만록(拙莊漫錄)'이다.
졸장만록은 조선 후기인 1796년(정조 20)에 제작된 가야금 고악보로, 당시 선비들이 풍류방에서 즐기던 가야금 가곡과 연주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총 59면으로 구성된 이 필사본에는 삭대엽, 우조, 계면조 등 다양한 가곡 양식과 가야금 조현법, 탄현법, 연주 기법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 악보는 연정 임윤수(1917~2004) 선생이 생전에 소장하다 1981년 대전시에 기증했고 지금까지 국악원이 보관해왔다.
대전시는 이번에 졸장만록을 시 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으며 오는 20일 최종 등록된다. 특히 대부분의 고악보가 거문고 중심인 가운데 가야금 악보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전국 최초라 그 상징성이 크다.
또, 전시에서 함께 공개되는 300년 된 거문고와 옛 청사 사진 기록은 지역 국악의 뿌리가 기록으로만 머물지 않고 시민의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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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4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린 신춘음악회 리허설./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
이번 2부 기념공연은 올해 3월 부임한 임상규 예술감독 겸 지휘자의 공식 데뷔 무대다.
오랜 기간 국악관현악 창작과 지휘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전통과 창작을 잇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국악단의 미래 비전을 직접 선보인다.
공연의 문을 여는 종묘제례악은 조선 왕조가 평화를 기원하며 지내던 의례 음악으로, '보태평(희문, 기명)'과 '정대업(소무, 영관)' 일부를 연주해 대전의 안녕과 국악원의 발전을 바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이어 국악단을 거쳐 간 원로 단원과 현재 단원이 함께 선보이는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드리와 양청도드리로 이어지며, 조선 후기 선비들의 풍류방 음악이 오늘의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임 감독이 직접 작곡한 신작 국악관현악곡 '꿈의 전설'은 희로애락, 고난과 치유, 회복의 과정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삶의 굴곡을 담아낸 이 곡은 단순한 감정 묘사를 넘어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따뜻한 내일을 향한 작곡가의 메시지를 품었다.
국악관현악과 함께하는 성악 무대는 '북두칠성', '몽금포 가는 길', '들국화', '사랑가'로 이어진다.
긴 호흡의 여창가곡 '북두칠성'은 임을 만났으나 다시 이별해야 하는 애틋한 마음을 북두칠성 별님께 비는 내용으로, 아정한 정가의 멋을 느끼게 한다. '몽금포 가는 길'은 황석영 소설 '장길산' 속 민요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주로 떠났던 독립군의 귀향길을 서사적으로 풀어냈다. 가야금 병창과 관현악이 어우러진 '들국화', 춘향가의 대표 대목 '사랑가'는 판소리 속 신분과 사랑의 경계를 넘어선 민중 정서를 무대 위에 펼친다.
이어 무용의 화려함과 정갈함을 오간다.
여성 군무의 조화와 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화관무', 악귀를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는 '처용무', 부채의 선으로 꽃잎과 물결을 만들어내는 '부채춤'은 한국무용 고유의 선과 미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마지막 연희 무대는 '신모듬' 中 제3악장 '놀이'로 마무리된다. 농악과 무악 장단에 기반한 사물놀이 협연은 흥과 신명을 극대화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함께 무대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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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이 지난 9월 1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서 추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무대의 피날레는 '삶을 노래하는 사람' 장사익이 장식한다.
그의 대표곡 '찔레꽃'을 시작으로 '봄날은 간다', '이슬 같은 인생'까지 삶과 사람, 자연과 그리움이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무대 위를 채운다.
장사익은 국악과 대중가요, 재즈와 민요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가객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관현악 반주와 만나 그의 음악적 깊이가 더욱 묵직해진다.
그는 "노래는 내 얘기가 아니라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무대 위 장사익의 노래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관객 각자의 기억이 되고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온다. 어느덧 팔십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노래로 삶을 붙들고, 그 노래는 국악의 깊이와 맞닿아 관객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그의 노래는 이번 무대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국악과 대중가요, 재즈와 민요를 넘나드는 '한국인의 노래'로 피어나는 순간을 선사한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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