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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
빛의 세기는 칸델라(Candela, cd)라는 단위로 나타내며, 이는 미터(Meter, m), 초(Second, s), 몰(Mole, mol), 켈빈(Kelvin, K), 킬로그램(Kilogram, kg), 암페어(Ampere, A)와 함께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 단위 중 하나에 속한다. 이 7개의 기본 단위들은 과학과 기술에서 통일된 기준을 제공해 측정의 일관성을 보장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 기본 단위들의 측정 표준을 확립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필자가 속한 광도측정그룹이 이중 칸델라 측정 표준을 확립하는 부서다.
칸델라는 '540 테라헤르츠(Terahertz, THz)의 주파수를 가진 빛을 방출하는 광원이 단위 입체각(스테라디안, Steradian)에 대해 1/683 와트(Watt)로 복사에너지를 방출할 때의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는 1979년 제1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돼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현재 칸델라 정의는 다소 복잡하지만 최초에는 '촛불 하나의 빛의 세기'를 기준으로 정의했다. 칸델라라는 단어도 양초(Candle)에서 유래됐다. 이전처럼 간단하게 칸델라를 정의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정의한 이유는 이 복잡한 정의가 실험적으로 정확하고 일관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관된 기준 덕분에 우리는 과학 현상을 재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최근 양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칸델라의 정의를 더욱 정확하게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며, 빛의 세기는 빛을 구성하는 입자 즉 광자(光子, Photon)의 개수로도 측정할 수 있다. 만일 광자의 개수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기존의 기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밀 측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약한 빛을 다루는 양자 광학 분야에서는 이미 광자의 개수를 측정해 빛의 세기를 측정하고 있다. 보통 광자의 개수로 대략 초당 만개 수준에 해당하는 빛의 세기를 다루는데, 이는 복사에너지 출력으로 천조분의 일 와트인 펨토와트(Femtowatt) 수준에 해당한다. 기존 장치는 이렇게까지 약한 빛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광자를 검출하는 단일광자 검출기(Single photon detector)나 광자 수 분해 검출기(Photon-number-resolving detector)와 같은 특수한 장치들을 활용한다. 이러한 광자 개수 검출 기술의 발전은 빛의 세기 측정 외에도 광자를 다루는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광자의 개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칸델라의 정의를 바꾸는 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측정의 정밀도다. 기존의 칸델라 정의에 비해, 광자의 개수를 측정하는 방식은 현재 대략 수십 배 높은 측정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또, 빛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광자의 개수를 검출하는 장치들의 측정 정밀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양자 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라 광자 개수 측정의 정밀도는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향상되는 측정역량은 또 다른 과학적 깨달음으로 이어져 새로운 혁신을 이끌 수 있게 할 것이다. 광자 개수 검출 혁신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인들을 응원해 주시길 바라며, 칸델라의 정의가 새롭게 달라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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