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라복평야 4년째 수해…구조적 문제에 인재(人災) 논란

  • 전국
  • 부여군

부여군 라복평야 4년째 수해…구조적 문제에 인재(人災) 논란

수확 직전 물에 잠긴 수박·멜론…배수장 펌프 고장 겹쳐 농민들 ‘분통’

  • 승인 2025-07-19 14:58
  • 수정 2025-07-20 12:24
  • 신문게재 2025-07-21 13면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KakaoTalk_20250719_145347438_01
한 농부가 물에 떠 있는 오이를 살펴보고 있다.
부여군 라복평야가 7월 16∼17일 내린 폭우로 4년째 수해를 입었다. 공교롭게 라복1 배수장 펌프가 고장 나 피해가 컸다며, 하우스 재배 농가들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어 추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틀간 내린 비로 라복리뿐만 아니라 합송리, 내리, 장암면 일대 하우스가 물에 잠겨 수확을 앞둔 수박과 멜론, 오이가 상품성을 잃었다. 농민들은 4년째 수해를 겪으면서 사실상 빚더미에 오르게 됐다.

내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남편도 하우스 일을 하다가 과로로 세상을 등졌는데, 나도 떠나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농가는 A업체와 한 동당 1,100만 원에 계약을 하고 출하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폭우로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날아갔다.

라복평야도 쑥대밭이 됐다. 배수로 물이 역류하면서 이 일대 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라복1·2 배수장에서 금강으로 물을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폭우가 그친 뒤에도 역류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하우스 내부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유는 배수로 구조 차이에 따른 병목현상 때문이다. 백제문화단지 배수로는 직선이고 라복평야 배수로는 곡선이라 배수장에서 병목이 생겨 라복평야로 물이 역류한 것이다. 때마침 배수장 펌프 7기 중 1기(초당 2.5t 방류)가 고장 나 수리 중이었다.

KakaoTalk_20250719_145700245_02
수확을 앞둔 오이가 물에 잠긴 장면
인근에서 수박 하우스 30 여동을 짓는 박모 씨는 "펌프가 고장 나지 않았더라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며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장마가 일찍 끝났는데도 펌프를 제때 수리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이 거셌다.

이에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6월 펌프가 고장 났고, 관내에 전문 수리업체가 없어 외지 업체를 어렵게 섭외해 수리 중이었다"며 "이곳은 1980년대 말 수도작 기준으로 배수장이 설치돼 이틀간 내린 폭우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라복평야 인근에 추가 배수장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확 직전 배수 펌프가 고장 난 상태에서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관리 책임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부여군 라복평야는 4년째 반복되는 수해로 인해 농민들의 피해와 시름이 누적되고 있으며,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찰청 경무관급 인사 단행… 충남청 2명 전출·1명 전입
  2. 대전 중리시장 인근 샌드위치패널 건물 화재… 초진 마쳐
  3. 우승 겨냥한 한화이글스 응원전 대전이 '들썩'…야구장에 7천명 운집
  4. 서산시, 제3회 온(溫)가족 축제 성황리에 개최
  5. 경찰 경무관급 전보 인사는 났는데… 승진 인사는 언제?
  1. [2025 국감] R&D 예산 삭감 여파·포스트 PBS 대응 등 과기계 현안 점검
  2. '아쉬운 첫 출발'…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1차전 LG 트윈스에 패배
  3. [대전시 국감]농수산물시장 도매법인과 하역노조 갈등 수면 위
  4. [르포] 한남대 학생이 체험한 행복동행 힐링축제
  5. [월요논단] 대전체육 역대 최고 성적, 최고 흥행

헤드라인 뉴스


국비 문턱에 막힌 `대전 웹툰 클러스터`…2030년 완공 물 건너가나

국비 문턱에 막힌 '대전 웹툰 클러스터'…2030년 완공 물 건너가나

대전시가 추진 중인 '웹툰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국비 반영 난항으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사업을 지역 콘텐츠산업 발전의 핵심 거점사업으로 보고 힘을 보태고 있는데 '돈 줄'을 쥔 기획재정부 예산심사에선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2028년 완공 목표가 2030년 이후로 미뤄질 우려가 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7일 취재에 따르면, 시가 추진 중인 웹툰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올해 10월 중 중앙투자심사 상정을 목표로 했지만 국비 확보가 지연되며 심사 절차조차 착수하지 못한..

보이스피싱 등으로 93억여 원 편취… 지휘·통솔 체계 갖춘 캄보디아 범죄조직
보이스피싱 등으로 93억여 원 편취… 지휘·통솔 체계 갖춘 캄보디아 범죄조직

"속아서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충남경찰청이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4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범죄는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지인들의 제안을 수락하거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직접 범죄에 가담했다. 이 중 몇명은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새로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이들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강제로 범행을 시켰다는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건' 총책이 조직한 범죄집단에 가입했다. 이 집단은 총책을 정점..

경찰 경무관급 전보 인사는 났는데… 승진 인사는 언제?
경찰 경무관급 전보 인사는 났는데… 승진 인사는 언제?

경찰 고위직 승진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치안 정감·치안감 등 수뇌부 인사에 이어 경무관 전보만 이뤄졌을 뿐, 경무관·총경 승진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라 발표 시점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가 인사는 2025 'APEC 정상회의' 이후가 될 것이라는 내부전망도 나온다. 경찰청 본청은 10월 25일 경무관급 51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9월 25일 치안감급 30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한 것에 이어 한 달 만에 이뤄진 인사 조치다. 경무관 정원 83명 중 절반 이상이 자리를 옮겼는데, 수사 라인이 대거 교체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

  •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대전 시민들 한화 응원전 ‘후끈’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대전 시민들 한화 응원전 ‘후끈’

  • 2025 함께 가는 행복동행 힐링축제 성료 2025 함께 가는 행복동행 힐링축제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