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미리 우물을 파야 할 지역방송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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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미리 우물을 파야 할 지역방송의 책무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6-04-20 10:16
  • 신문게재 2026-04-2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충남대 교수
갈이천정(渴而穿井).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이라고 한다. 제때 대비하지 못한 잘못을 지적할 때 쓰인다. 지난 1년여 동안 방송산업 정책과 제도가 크게 변했다. 방송법이 개정됐다.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뽑는 절차와 방식이 바뀌었다. 공영방송 이사의 숫자도 늘었고 추천기관도 달라졌다. 공영방송과 보도전문 채널의 보도 책임자에 대한 임명 동의제가 의무화되었다.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과기부가 담당하던 유료 방송 정책은 방미통위로 이관되었다. 방송 내용을 심의하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기구도 이름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바꿨다. 호선해서 뽑는 심의위원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을 통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9명의 심의위원이 모두 새로 충원됐다. 기구 이름이 바뀌었으므로 제1기 심의위원들이다. 심의위원회에 설치, 운용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진용을 갖추었다.

바뀌지 않은, 그것도 지난 10년 이상 바뀌지 않은 방송 관련 법과 제도도 있다.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이다. 2014년 6월에 제정돼 그해 12월에 시행되었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개정된 적이 없다. 형식적으로 두 번 개정되었다. 법률 조문에 있는 '조성·운영되는 기금'을 '조성·운용되는 기금'으로 글자·한자를 바꾸는 등의 개정이 한 번,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꾸면서 관련 기구의 이름을 바꾸느라고 한 번 더 개정되었다. 법을 제정할 때부터, 지역방송 정책을 담당하는 사무국도 없고, 지역방송 발전을 지원할 기금도 마련하지 않은 법률의 맹점이 지적됐으나, 지난 12년간 전혀 보완되지 못했다. 혹여 말소리가 큰 정치인들이 법률 개정이 있었노라며, '운영'을 '운용'으로 글자를 하나 바꾸고, 방통위를 '방미통위'로 글자를 하나 추가한 '개정'을 성과라고 부르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정치인만 탓할 일이 아니다. '지역방송의 발전'은커녕, 지역 방송법의 '발전'조차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된 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방송사도 돌아봐야 할 몫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지역방송사에 150억여 원을 지원한다는 결정을 했다. 평소 40억 원 남짓한 기금을 지원받았던 지역방송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라고 환영할 만했다. 실제 지역방송은 그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그런데 그만 기획재정부를 거치며 집행이 유보되었다. 이번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가 와글와글했다. 이후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후속보도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방송 발전 기금 문제가 연중행사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지점이다. 40억 원 남짓에서 150여억 원으로 반짝, 지원금이 증액되면 그만인가. 설령 작년에 무산되었던 기금 지원이 올해 말에 다시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30여 개에 이르는 지역 MBC와 지역 민영 방송사에 평균 3억여 원 정도 지원이 될 터인데, 불안정하게 지원되는 그런 정도의 재원이면 충분한가. 지역방송이 지방자치 정부와 지역의 거대 광고주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진실한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런 정도의 지원금이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역방송사가 지역 광고주의 광고 물량 조절이나 보도 통제의 위험 없이 저널리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상당한 비용을 제도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방송 발전 지원법을 개정해야 하고, 지역방송 정책을 집행하는 방미통위의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지역방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도 업무를 담당할 팀이나 과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법률에 지역방송발전지원 계획을 3년마다 마련해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인력과 기구 문제로 외부 연구 기관에 용역을 주어서 겨우 발전 계획을 수립한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현 방미통위에는 지역방송의 헌법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수행할 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지역방송 정책에 밝은 전문가, 지역방송발전 위원으로 일한 경험을 가진 위원도 있다. 지역방송법 개정과 방미통위 직제 개편을 통해 지역방송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최소한 '국' 단위가 되도록 한다거나, 연간 1000억 원을 상회한다는 정부광고비 수수료와 같은 재원에서 지역방송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이 입법을 통해 마련되도록 하는 것은 지역방송사가 차근차근, 그리고, 미리 대응해야 할 몫일 것이다. 목이 마르고 나서야 우물을 파는 잘못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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