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학교로 가는 길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학교로 가는 길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20-05-27 08:0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종천 의장님(최종)
김종천 의장
학교 가는 길이 참 멀다. 예년대로라면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지나 3월에 개학을 하는 학사과정의 수순을 밟았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19 때문에 3월은커녕 4월이 지나도록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것이다.

등교 문제는 코로나 19가 바꾼 일상 중에서도 파급효과가 매우 컸다. 계획된 등교가 이뤄지지 못하자 당장 학부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돌봄과 끼니 걱정 때문에 조부모 손에 맡겨진 아이들도 있었고, 그마저도 기댈 수 없는 부모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들 끼니를 챙겨 주기에 바빴다. 어쩔 수 없이 학교 돌봄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예상보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지난 4월에는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이번엔 스마트 기기 확보와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문제가 불거졌다. 긴급히 스마트 기기 보유현황을 조사했고, 기기대여 등의 방법을 고안해냈다. 교사들도 처음 겪는 온라인 수업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역시 아이들 학습을 돕기 위한 역할이 커졌다.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제일 힘든 이는 우리 학생들이다. 특히,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고3 수험생은 등교 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위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선 수능시험까지의 학사일정이 유동적이다 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답답한 노릇이다. 어쨌든 지난 20일부터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됐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 발 코로나 19 확산으로 학생 중 일부는 등교하지 못했고, 갑작스레 등교 중지가 이뤄진 학교도 있어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다.



새 학교 새 친구를 만날 생각에 신이 났을 신입생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깝다. 손꼽아 기다린 등교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찍부터 준비한 책가방과 학용품은 아직 개시도 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곤욕스러웠던 학생들도 이제는 오히려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고 하니, 그 답답함이 얼마나 컸을까…. 짠한 마음이 든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학교에 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와 농가도 애가 탄다. 새 학기에 맞춰 준비했던 식재료가 갈 곳을 잃으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 교육청은 두 달여 동안 미집행한 급식 예산을 학부모의 부담은 덜어주면서 급식농가에 도움을 줄 방안을 마련했다.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학생 가정에 농산물꾸러미와 상품권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농산물은 출하 시기를 놓치면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멈춰 선 학교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급식 농가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더 이상 등교를 늦추기 어렵다는 목소리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등교를 연기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최종적으로 교육부에선 학년별 순차적 등교를 결정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교실에 입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휴교령을 해제하고 확진자가 속출하자 다시 여러 학교를 폐쇄한 프랑스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평소 독감, 수두와 같은 감염병이 학교생활 중에 쉽게 퍼진 것을 봤을 때, 그보다 감염 속도가 빠른 코로나 19는 순식간에 전파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는 보건 교사가 한 명에 불과해 방역과 감염차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지금으로선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각 학교, 방역당국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마스크 착용부터 교내 소독, 학생 간 거리 확보 및 접촉 방지 등 안전한 교내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안전수칙을 준수토록 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안전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우리 학생들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기대해 본다.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2.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3.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4.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5.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1.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2.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대전상의-대전조달청, 공공조달제도 설명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