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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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긴급토론회 열려

  • 승인 2020-10-27 17:06
  • 수정 2021-05-05 18:15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지성우 교수
지성우 교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는 2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위 제목의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참여하고,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사회로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단장),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최정암 매일신문 서울지사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지성우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언론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한 헌법적 검토’를 제목으로 한 발제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한 논쟁도 헌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익판단의 기준에 대한 지난 수십 년간의 논의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 '가짜뉴스'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척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표현행위가 '가짜'이고 따라서 처벌받아야 한다면 당해 표현행위가 '가짜'인지 여부를 먼저 가려야 하지만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인지, '주장' 또는 '가치판단'인지가 불명확하고, 손해 발생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히 표현행위가 '가짜'라는 이유로 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만일 '가짜뉴스'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또는 유사기관)가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들의 표현행위에 대해 가짜 여부와 아울러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대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게 될 우려가 크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일반적·학문적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규정을 새로 규정하거나 강화한다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법제는 가짜뉴스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매우 정교하고 상세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가짜뉴스에 의해 사회적·국가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향후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는 가짜뉴스에 의한 사회적·국가적 법익의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새로운 규제를 신설해야 하는가의 논의에 집중되어야 된다”고 제안했다.

지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지 않게 되며, 표현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화됨에 따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까지 제한될 수 있는 반면, 정부는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될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단순한 개인의 거짓말이나 가짜뉴스의 경우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고 언론과 개인에 의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는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미 한국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 수준에 비추어 매우 강한 것이 현실이라서 가짜뉴스의 퇴출문제는 (비록 신속한 해결은 되지 못할지라도) 더이상 새로운 법을 창출함으로써 강제해서는 안되고, 집단지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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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의 고민과 책무성 확보 과제’를 제목으로 한 발제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거론된 배경에는 언론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며 “언론계가 먼저 자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회장은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배제가 마치 언론개혁의 완성본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며 “검찰개혁의 공수처법과 대등하게 취급받고 있는데 징벌적 손배제를 찬성하면 개혁이고, 반대하면 반개혁이라는 매우 위험한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배제는 '이중 처벌'과 '고의성(악의적 가짜뉴스) + 중과실(선의의 오보)' 처벌이라는 결함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형사적 제재에 더해서 징벌적 민사 배상 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중처벌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헌법소원까지 갈 경우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피해 구제책이 비교적 잘 돼 있어 언론중재법이 있고, 명예훼손에 따른 각종 민형사 소송도 가능하다”며 “최근에는 기업을 비판한 기사를 쓴 기자의 급여를 가압류한 일도 있었는데 징벌적 손배제까지 시행하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나라들, 특히 대륙법계 나라에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만 존재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이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하는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고의성(악의적 가짜뉴스) 뿐만 아니라 중과실(선의의 오보)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해 논란”이라며 “지난 6월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징벌적 손배제(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도 '악의성'만 처벌하도록 했을 뿐 중과실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징벌적 손배제는 기자들의 정상적인 취재와 기사작성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징벌적 손배제가 시행되면 기자들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파장이나 논란, 법적 분쟁까지 휘말리는 취재와 보도 행위에 쉽사리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징벌적 손배제를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기보다는 더 큰 그림에서 언론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며 “언론개혁은 언론계의 자정,법과 제도의 개선,시민 대응 지원 등 삼박자가 이뤄져야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선 언론계 내부의 자성과 성찰, 자정운동,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언론사 윤리강령 강화와 엄격한 적용, 언론사의 자체적인 팩트체크 강화, 알고리즘 변경 등 기술적 조치, 적극적인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명확한 출처 표기 등으로 언론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 보도가 개선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악용의 소지가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신 허위조작 정보와 혐오표현, 선정적 보도에 대한 규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론 소비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즉 시민들의 대응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인지적 차원이 아니라 행동적 차원까지 가야 되고, 이러한 세 가지가 트라이앵글을 이뤄야 언론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며 “정파적 보도가 난무하고, 소비자들도 정파적 보도에서 쾌감을 느끼는데 뉴스 소비자들이 좋은 뉴스를 많이 소비해야 뉴스 생산자들도 다시 좋은 뉴스를 생산하고,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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