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내 죽음 헛되지 않도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기도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아들·아내 죽음 헛되지 않도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기도

대전·충남 모임서 상황 공유 불합리한 판정규정 이의제기, 피부병 유발 의혹도

  • 승인 2015-11-01 17:27
  • 신문게재 2015-11-02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시청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대전환경운동연합ㆍ보건환경시민센터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시청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대전환경운동연합ㆍ보건환경시민센터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드러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에서 '유찬 아빠'로 더 알려진 나모(42·대전 서구)씨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전 서구의 식당에서 대전과 충남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투·간병의 일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남은 가족들에게 살균제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 지 몰라 평생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관한 이날 피해자 모임에 참여한 피해자 가족은 '유찬 아빠' 나씨와 지난 5월 아내를 잃은 이모(48)씨다. 생계 문제와 중간에 합의가 끝난 피해자들 때문에 이번 모임 참여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유찬 아빠' 나씨는 2007년 6월 돌을 갓 지난 유찬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당시만 해도 유찬이가 왜 아팠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간질성폐질환'으로 투병하면서 약에 의존하다 14개월의 삶을 마감했다. 그는 2011년이 돼서야 유찬이와 증세가 똑같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찬이가 떠난 후 시작된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최근 들어 관련 재판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나씨는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가습기 피해로 인한 폐질환 특성상 증세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 지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씨는 “엄마 뱃속에서 가습기 살균제 영향을 받은 막내는 2급인데 아내는 다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3급 판정을 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짐인데 등급을 나누는 체계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인 이모(48ㆍ대전 서구)씨는 지난 5월 아내를 잃었다. 입원 치료 중 부종이 빠지면서 쇼크가 왔고 회복이 안돼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씨의 아내 이모(당시 45세·여)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가습기를 사용하던 중 실신하고 병원에 이송돼 폐렴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이씨는 “두 아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이번 3차 조사를 의뢰했다”며 “큰 아들 아토피가 심한 것도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피부병·심장병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3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모두 105건이 접수됐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4.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5.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헤드라인 뉴스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철도회사 전무가 폐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왔다. 인구가 감소 중으로 철도마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윤희일 전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고, 돗토리현 주민들에게 철도는 무척 소중하다며 지역 교류를 희망했다. 24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 중구 베니키아호텔 대림 회의실에서는 야베 마사히코(矢部雅彦) 와카사철도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관광대사 위촉식이 개최됐다. 윤희일 전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마니아이면서, 일본 특..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