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콧바람 쐬러 '광명'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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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콧바람 쐬러 '광명'찾자

대전서 50분 … 광명, 탐험·감상·쇼핑 다되는 '인류의 놀이터' 폐광과 문화의 만남, 광명동굴은 예술의전당·골룸·와인동굴 등 볼거리 가득

  • 승인 2016-03-09 20:46
  • 신문게재 2016-03-11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주말여행]광명

동굴하면 어쩐지 원초적인 기분이 든다. 동굴 속 짐승을 사냥하러 들어가는 것처럼 모험하는 기분이 들다가도, 한편으로 비바람 피할 보금자리에 들어서는 것처럼 아늑함이 느껴진다. 먼 옛날 인류가 원시인이었을 때 모닥불을 둘러싸고 모여 앉았던 기억이 현대인에게도 남아 있나보다.

서울에서 KTX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 광명에 동굴이 있다. 대전에서도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KTX기차로 유명한 도시에 동굴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재밌다. 동굴 속 원시인류부터 이케아를 쇼핑하는 도시인까지, 광명에선 한나절이면 수만년을 뛰어넘는 체험이 가능하다.

▲광명동굴, 폐광에서 문화를 캐다=제주도, 강원도처럼 석순이나 석주가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연출하는 자연동굴은 아니다. 1912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자원수탈을 위해 개발한 광산은, 한 때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고, 1972년 홍수로 폐광됐다. 그 후 30여년 간 소래포구에서 생산된 새우젓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다가 2011년 광명동굴로 다시 태어나 객들의 발걸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연평균 기온 12도. 입구를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천장까지 둥글게 감싼 전구들을 보니 다른 세계로 입장하는 기분이다. 가이드가 서있는 곳은 웜홀이라고 불리는데 관광동선을 따라 걸으면 총 세 번을 지난다. 동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빛으로 만든 동굴 속 생명체들을 지나면 예술의전당이 나온다. 뮤지컬, 패션쇼 등 공연이 동굴 안에서 펼쳐진다. 벽에 조각된 여인이 들고 있는 금화를 만지고 황금패에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소망의 벽, 지하암반수를 이용해 기르는 1급수 어류들, 머리를 산발한 여인이 사진찍기를 기다리는 귀신의 집,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에서 만들었다는 용과 골룸까지. 동굴 안은 작은 테마파크 같다. 동굴 본래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 지하조망대, 호수도 있다. 광부샘물과 와인시음장의 머루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전구 불빛의 환송이 기다린다.

▲업사이클아트센터, 쓰레기도 다시보면 보물='분홍색 공장'. 도심과 동굴만큼 낯선 단어의 조합이다. 공장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쓰레기 소각장이다. 쓰지 않는다고, 더럽다고 버림받은 쓰레기들의 마지막이 벽에 그려진 구름처럼 귀여울 것 같다. 바로 옆엔 업사이클아트센터가 있다. 업사이클은 재활용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으로 버려진 물건에 예술적 가치를 입혀 작품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굿 아트, 착한 예술의 진원지라고 소개되고 있다.

명품백은 뻥튀기로 만들어져 허세를 씹어먹고, 전단지를 착착 접어 만든 슈퍼맨과 배트맨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캔으로 만든 돼지와 인테리어 조명. 꽃이 된 비닐. 버릴만한 것은 다시 쓸 만한 것이기도, 아니 원래보다 더 아름다워 질 수도 있는 거라고 보란 듯이 놓여졌다.

▲이케아, 북유럽이라는 로망을 팝니다=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이 예쁜, 적당한 튼튼함을 자랑하는 가구분야 가성비의 갑. 스웨덴 DIY 인테리어 브랜드 이케아는 한국에서 북유럽 감성이라는 알듯말듯한 로망의 주인공으로 이전부터 유명했지만 2014년 12월 광명에 세계 최대 규모로 문을 열면서 더 유명해졌다. 50여개의 쇼룸에 모델하우스처럼 전시된 상품 번호를 적어가며 '감상'하고 그 상품을 찾아 담는 방식으로 구매하면 된다. 철제로 조립하는 제품들이 유난히 저렴한데 시계가 1500원인데 가장 놀랬다. 국내 브랜드보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양초, 테이블 매트 등 소품들이 살 만한데 역시 조금 더 예쁜 제품은 조금 더 비싸며, 그 예쁜 건 품절될 만큼 살 사람이 많고, 보는 눈은 다 똑같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기도 한다. 옆 건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과도 연결되어 있어 쇼핑만을 위해 광명을 찾는 사람도 제법 있을 듯싶다.

▲광명역, 지역명소 베스트9에 들만하네=외국의 오래된 기차역처럼, 내리자마자 탄성을 자아낸 역은 돌아갈 시간엔 은은한 조명의 밤풍경으로 더 아름다웠다. 하루평균 2만여명이 찾는, 축구장 6.7배 면적의 국내 최대크기 철골대칭형 건물은 단단한 소재로 만들었음에도 한옥의 처마와 버선을 형상화했다는 곡선 덕분에 우아하다. 빗속에서 뷰포인트를 찾아 육교를 오르고 코레일 직원에게 경고를 받으며 셔터를 연신 누를 만 한 야경이었다.

▲가는길=대전역에서 광명역으로 가는 KTX가 하루에 50여편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50분. 이케아는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광명동굴은 광명역 7번 출입구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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