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삼남을 향해 왕래하는 교통로를 한눈에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삼남을 향해 왕래하는 교통로를 한눈에

제46회 사산성(蛇山城 - 직산읍 군동리 산10-4)과 호서계수아문(湖西界首衙門)

  • 승인 2018-05-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산성성안720
사산성 성안 모습/사진=조영연
사산성은 구 직산(稷山)읍의 당산이자 주산인 성산(蛇山, 177m)에 있다.

1번 국도 성환에서 혹은 남서울대학 4거리에서 동편 34번 도로로 약 3km 들어가 (직산읍에서 9번도로로도 가능함) 당고개나 관아 뒷길로 진입한다. 군동리는 과거 縣의 치소였던 관계로 현재도 관아터, 향교, 초등학교 등이 있다.

성산은 주변이 모두 저산성 구릉과 평야지대로 이뤄져 시계가 아주 양호하다. 특히 서쪽으로는 둔포, 아산만까지 조망되며 당성이 있는 남양만과도 멀지 않은 거리다. 따라서 산성에서는 들과 구릉 사이로 삼남을 향해 왕래하는 교통로를 모두 굽어볼 수 있다.

성은 동서 길이 약 300, 남북 약 200미터 가량으로 약간 불규칙한 능선을 동벽으로 서북쪽 사면을 감싸면서 연결, 약 750m 배부른 송편 형태로 둘러싼 것으로 전한다.

성벽의 외면은 대체적으로 동벽은 경사가 더 심하고 암반들이 다수 있어 자연성벽을 형성한다. 10여 미터 이상씩 삭토된 모습이나 숲이 우거져 다가서기 어려울 지경으로 폭 삼사 미터 정도의 토벽은 내측에서 흙을 파 올려서 쌓은 듯 고루 1미터 가량의 내벽을 이뤘다.

서벽쪽 토축 성벽이 비교적 잘 남았으며, 시설들로는 서북쪽 낮고 평평한 지역이 성의 물을 받아 내리던 수구부 조성지로 추정된다. 정상부의 상당히 넓은 평탄지에 장대지 구축 가능성 이 있을 뿐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기록 속 우물이 있었다면 북쪽의 평탄지 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짙다. 이 지역은 동시에 다수의 건물이나 시설 자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문지 안쪽에는 현재 묘는 보이지 않는 채 파평윤씨의 비석, 상석, 문인석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아마 정상부 헬기장 건설 과정에서 묘지의 이전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보인다.

대체적으로 백제성으로 추정하나 이 지역이 초기에 백제-고구려-신라로 그 사용 주체가 바뀐 점,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한다면 백제성으로 시작됐을 가능성뿐 딱히 꼬집어 어느 특정한 나라의 것이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백제의 북진, 고구려의 남진, 신라의 대당교두보 확보를 위한 서진 등에서 각국이 두루 사용했을 것이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이웃 아산에서 보듯이 항몽전쟁, 구한말 청일전쟁 더 나아가서 현대사 속 6.25전쟁 등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활용했을 것은 분명하다. 임란은 물론이고 정유재란 때도 재북진하던 왜군들이 이 근처에서 크게 패퇴한 일도 있다.

성의 주 임무는, 북에서 남으로 진행되거나 서해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교통로를 관리하면서 직산현의 방어 혹은 치소를 위한 용도로 사용됐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고려 때 현재의 이름 직산으로 불리기 전, 이 지역은 백제시에는 위례의 일부로서 어떤 이름을 가졌을 것이다. 한양으로부터 삼남이나 내륙으로 진출입하기 위한 교통요지에 있던 관계로 중요한 시설들이 들어서 일찍부터 조선시대까지 縣치소로 사용됐다. 이 산을 蛇山으로 부른 것은 진산인 城山의 고유 이름인 뱀(배암)산에서 유래됐거나 산의 형태가 뱀처럼 생긴 데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산에는 과거 사직단이 있었다 한다. 농경사회였던 시절 사직단은 곡식신을 모시는 대단히 중요한 시설로 연초에 풍년을 기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뭄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으니 농업이 중심이었던 직산으로서는 그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산이란 현재의 지명도 그와 관련해서 탄생된 이름이라고 한다. 직산은 농경뿐만 아니라 바다와 인접했던 관계로 아산만으로 나아가는 수로변 河陽倉이란 조창을 통해 조곡의 보관 및 운반하는 중간 역할을 했고 고려 때 한때는 현감이 鹽場官을 겸하도록 할 정도로 어염같은 해산물 생산 유통상 중요한 몫을 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곳이다.

사산석호서제일문
사산석호서제일문/사진=조영연
산성의 진입로이자 초등학교 옆에 관아가 있다. 뱀처럼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성산 동편 기슭, 무성하고 시원스런 솔숲을 배경으로 관아문인 계수문, 내삼문, 동헌, 내동헌 등이 산기슭 경사면에 차례로 놓였다. 훤칠한 계수문 누다락 2층 추녀에 걸린 검은 바탕, 흰 글씨의 湖西界首衙門의 현판이 시원스럽다. 경기로부터 호서로 진입하는 첫머리임을 알린다. 삼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동헌은 우물마루 대청과 양측 온돌방을 갖춘 팔작지붕으로 현감의 집무처로 가장 핵심 건물이다. 뒷편 현감의 살림집이었던 내동헌이 작고 아담하다. 짜임새 있게 조성된 경내에 군더더기 없는 건물들이 간결하고 소박하여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붕위로 넘겨다보이는 송림이 싱그럽고 들건너 동쪽 멀리 위례산 줄기가 지평선처럼 하늘과 땅을 가른다. 성산 등너머 산자락에는 남서울대학이 들어왔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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