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⑫] 학교폭력 그리고 교실 안의 계급과 서열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⑫] 학교폭력 그리고 교실 안의 계급과 서열화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3-23 13: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합니다. 과거에도 없었던 일은 아니었으나, 요즘은 폭력의 양태가 신체 폭력, 언어폭력, 금품 갈취,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 더욱 다양해지고 과격해졌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심하면 극단적 선택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다룬 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전 세계 1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태지요.

정부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쉽게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수많은 문제 제기와 대책이 나왔지만, 저는 오늘 칼럼을 통해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제기하는 두 가지 현상에 주목하여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하나는 학교폭력의 원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가정 교육의 부족'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면 가해자 부모가 참석하는데, 가해 학생과 그 부모가 비슷한 인성을 가졌다는데 놀란다고 합니다. 물론 다 그렇지 않겠지요. 인성이 훌륭한 부모 밑에서도 유독 말썽꾸러기 자식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사고방식과 말투까지 닮아있음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배웁니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교실 안에 대등하게 앉아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과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교폭력의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고위직의 아들이, 말로써 피해 학생에게 모욕을 주고 괴로움을 주는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요. 옛날에는 결손 가정의 아이가 저지르는 학교폭력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결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도 오히려 유복한(?) 집안의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오히려 결손 가정의 아이가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결핍'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사랑의 과잉'이 문제가 아닐까요.

그러나 교실 안의 계급과 서열화 자체를 근절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최근 여러 해 동안 굳어진 상식은, 계급과 서열화를 완화하는 계층 이동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에 토대를 두어 '삶의 기회' 확대를 위해 힘을 쏟는 것이지요. 많은 학자가 분석하기로는 학교가 계층 이동의 통로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육과정 자체가 계층을 상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학교 교육의 방향은 성공 신화에 제동을 걸고,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라는 문화에 바탕을 둔 '좋은 삶' 또는 '삶의 기회' 교육이 바람직합니다. 이것은 학교폭력이라는 어느 한 상황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겠지요. 그러면서 당장은 어려워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교육 목표이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나라가 계층 이동성을 그 나라의 사회 정의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설정하고 있지요. 특히 영국에서는 좌파나 우파 정당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거기서 나온 산물이 '사회계층이동성위원회'의 활동입니다. 계층 고착화를 비판하는 정기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면서, 계층 이동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기해오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뜻하는 '삶의 기회' 확대가 핵심적인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학교폭력으로 돌아와서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른바 '문제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과잉이든 사랑 결핍이든, 그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머리의 힘'보다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2. 대전 서구 다시 젊어진다… 도마·변동 정비사업 순항, 둔산·갈마도 시동
  3.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4. [사설] 지방중수청 ‘개문발차’ 상황 우려된다
  5. [사설] '홈플러스 사태', 벼랑 끝에 선 근로자
  1. 보금자리론도 5%대... 대출 차주들 볼멘소리
  2. [중도초대석] 성보기 초대 대전회생법원장 “회생은 경제적 치유 과정…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
  3. 올 여름엔 나도 ‘몸짱’
  4. "주택 복도에 엔진오일 뿌려"… 대전 다세대주택서 방화 시도한 50대 붙잡혀
  5. [시사오디세이] 행정수도 완성,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헤드라인 뉴스


충청광역연합 띄운 박수현…행정통합·공공기관 이전 등 `공동 대응` 역할론 대두

충청광역연합 띄운 박수현…행정통합·공공기관 이전 등 '공동 대응' 역할론 대두

박수현 충남지사가 충청권 공동발전의 구심점으로 충청광역연합을 제시하면서, 연합의 역할과 위상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간 이해관계로 지연되고 있는 대전·충남 행정통합뿐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 첨단산업 투자 유치 등 대정부 협력 과제에서도 연합을 충청권의 공동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는 7일 도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민선 8기에서 충청광역연합이라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이를 보물처럼 잘 써야 한다"라며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지연되거나 여..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한밭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대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한화생명이스포츠(이하 한화생명)와 T1의 결승라운드 진출 여부에 이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 본선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LEC(유럽-중동-아프리카)리그의 G2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3-0 완승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1, 2세트 모두 10K 이상의 골드 격차를 벌렸고 고전했던 3세트마저 제압하며 결승 라운드에 한 발 더 다가..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대전시장은 7일 산하 공사와 공단 수장의 사퇴 여부와 관련, "민선 7기 저와 함께했던 기관장들은 모두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가진 충청권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공사와 공단 수장 중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가 있느냐'는 중도일보의 질문에 대한 허 시장의 첫 마디다. 이장우 전 시장이 임명한 공기업 수장과 이사를 비롯해 출자·출연기관 곳곳에서 버티고 있는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제 민선 7기 당시 허 시장이 임명했던 공사 사장들과 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가까이 남기고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