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대를 이은 어느 일본인의 대전사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세대를 이은 어느 일본인의 대전사랑

고토 가즈아키(後藤和晃)
한일시민 네트워크 나고야 간사

  • 승인 2023-11-28 17:15
  • 신문게재 2023-11-3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2112401001880200073171_edited
고토 가즈아키
2023년 11월 7일 대전시 문화유산과 직원 세 명이 일본 나고야 근교 고난시(江南市)를 찾아 일제강점기 대전에 살았던 한 일본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감사패의 주인공은 대전에서 태어나 패전 전까지 대전에 살았던 쓰지 아츠시(85세)씨 였습니다. 그는 고향, 대전에서 문학관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금 100만엔과 자신 소유의 도서 600여 권을 기증하고 싶다는 편지를 써 대전시장님에게 보냈습니다. 이번 대전시청 직원들의 방문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쓰지 아츠시씨의 기부는 최근 그의 아버지 쓰지 만타로(萬太郞)가 보문산에 지은 별장이 대전시의 문화재로 등록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은 담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보문산 별장을 일본과 조선 양쪽의 건축방식을 조화시켜 만들었습니다. 대전시에서 이 집을 보존하고 보수도 할 것이라고 하니 분명 아버지도 저승에서 기뻐하실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듣기로는 그의 아버지 또한 일본으로 돌아온 뒤, 대전시 도서관에 책을 기증한 적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세대를 이은 대전사랑입니다.

쓰지 만타로씨는 1909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른바 '재조일본인(在朝日本人)'으로 부친이 대전에 설립한 후치추(富士忠) 양조공장의 제2대 사장으로 당시 대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한국인 종업원들은 물론 한국인 주민들과의 유대 역시 소중히 여긴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지고 모두 조선을 떠날 때, 한국인 종업원들이 그와 그 가족들을 위해 배를 빌려 일본까지 짐을 날라주었을 만큼, 그와 한국인들은 특별한 정을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쓰지 만타로씨는 한국이 광복된 후에도 할 수만 있다면 계속 대전에 살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대전을 사랑했으며, 숨지기 전 자신의 유골을 보문산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들 쓰지 아츠시씨는 "보문산 산장이 보존된다고 하니 늙은 몸이긴 하지만, 건강만 허락된다면 다시 별장에 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골을 뿌린 곳을 찾아 다시 한번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공식적인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하지만 우리가 모두 기억할 만한 사실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일한시민 네트워크 나고야' 또한 그렇습니다. 올해로 25년을 맞는 이 단체는 그동안 한일간의 민간교류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쓰지 아츠시씨 역시 이 단체의 일원이며, 쓰지 선생 외에도 일제강점기 대전에 태어난 일본인을 비롯, 대전과 깊은 인연을 맺은 많은 일본인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민 중에서도 일본 유학이나 여행 때 일한시민 네크워크 나고야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많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라 불리는 일본과 한국, 한국과 일본은 이런 기억과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가깝고 사이좋은 이웃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일한시민 네트워크 나고야의 대표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저는 작지만 특별한, 이런 두 나라 시민들 간의 호의와 유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번역 : 이토 마사히코 우송대 교수)

● 고토 가즈아키 씨는 -전 일본 NHK 프로듀서, -1998년 한일시민 네트워크 나고야 창설, -2014년 대한민국 외교부장관 표창.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 국·공립 산림휴양시설 10월 동시 개장
  2. 경기 광주시, 환승부터 역동 개발까지 살핀다
  3. 해외 증권사 사칭해 현금·골드바 15억 가로챈 일당 검거
  4.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5. 최저 건보료 2만원 넘는데… 대전시 지원 기준은 18년째 ‘1만원’
  1. 충청권 성장엔진 이달 말 윤곽…반도체·방산·바이오 담길까
  2. 전기톱 들고 경찰과 대치한 20대… 특공대 투입해 제압
  3.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4. 해외수출 앞둔 트위니 천영석 대표 "기술만큼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핵심"
  5. 여고생 유관순·양궁부 안중근… 대전교육청 AI 영상 인스타그램서 하루 만에 26만뷰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13일 공식 출범하며, 특별법 연내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창립대회와 출정식을 개최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알렸다. 이번 대책위 출범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조기 착공 등 지역 현안 해결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공조에 나섰다. 특히 올 하반기 이전기관과 지역 선정 등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가 예정된 만큼 전략적인 공공기관 유치에 당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박정현·황정아 국회의원, 대전시와 시당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