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세상을 바꾸는 오픈 사이언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세상을 바꾸는 오픈 사이언스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 승인 2024-01-11 15:39
  • 신문게재 2024-01-1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김재홍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2023년 5월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성공 발사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124번째 가속관에 대한 시운전이 마무리되자 과학계에서도 크게 기뻐했다. 누리호가 국민의 관심을 우주로 향하게 했다면, 중이온가속기는 우주 환경을 실험실에 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체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 반열에 올랐고 초전도 중이온가속장치를 운영하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연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뤄 내기 어렵다. 중이온가속기 연구원들은 "우리 라온(중이온가속기 이름)은 시운전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모두 협력하여 해결하고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며 "라온을 통해 훌륭한 기초과학 실험을 하고자 하는 이용자들도 함께 기뻐했다. 우주 환경을 이해하려는 기초과학의 결과물이 우리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희망을 전했다.

우주개발, 가속기 구축 등과 같은 거대과학 분야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대규모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계의 협력을 강조하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픈 사이언스'란 과학지식의 창출 과정과 결과를 개방하자는 움직임이다. 누구나 연구 데이터와 결과물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학지식의 창출과 확산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다양한 원소들이 생성된다. 원소들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는 희귀동위원소가 발견된다. 희귀동위원소는 불안정한 원소이므로 빛을 내거나 입자를 방출하면서 안정적인 원소로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매개체로 사용한다. 병원 핵의학과에서 암을 진단할 때 양전자 방출 촬영기술에 희귀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것이 한 예다.

국내 중이온가속기 라온에서 얻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이 우리 실생활에 주는 유익함은 무엇일까? 가속기 활용 희귀동위원소 개발은 핵물리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하기도 하지만 화학자, 생물학자, 약학 및 의학 연구자와 함께 결과물의 유익함을 나눌 때 방사성의약품으로 암 진단 또는 치료제인 유익한 물질로 활용된다. 필수 희귀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가속기 기술의 발달이 암 치료기술을 향상시켰다고 할 수 있다. 기초과학의 개발에서부터 임상 시험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데이터의 가치는 우수한 치료 효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국내 중이온가속기 라온에서 얻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은 앞으로 우리 실생활에 더욱 유익하게 작용할 것이다.



'오픈 사이언스' 효과는 팬데믹 상황에서 두드러졌다. 백신 개발에는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되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국 코로나 환자로부터 얻은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해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연구 결과 또한 적극적으로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의 개방, 공유, 활용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가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될 때 치료기술의 발전도 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

오픈 사이언스가 세상을 바꾼다. 기초과학 결과물의 개방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 지구와 우주 그리고 생태계와 인간 사회는 기초과학에 새로운 질문을 많이 던지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분야를 발견하고 개척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한두 명의 천재 과학자보다 많은 양의 연구 데이터가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인류는 그간 천재 과학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초과학의 결과물을 개방하지 않아서 시도하지 못했던 여러 난제들에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과 독점이 아닌 협업과 개방이야말로 21세기 기초과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오픈 사이언스, 지식의 나눔 문화는 반드시 증진돼야 할 과학의 덕목이다.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고양시, 2026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5.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1.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2.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3.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