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디지털 전환, 그 식상함을 넘어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디지털 전환, 그 식상함을 넘어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 승인 2024-03-14 16:41
  • 신문게재 2024-03-1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314110422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디지털,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단어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가? 또는 디지털 전환으로의 방향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아직도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중반 제조업의 본격화를 알렸던 산업혁명도 1760년부터 1820년까지 60년에 걸쳐서 본 궤도에 올랐다. 수송혁명이 있었던 1880년대를 살펴보아도 본격화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1880년대 후반 칼 벤츠가 최고속도 20㎞/h 정도인 최초의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 약 30년 후인 1911년, 포드(Ford)사는 최고속도 70㎞/h급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공장을 구축했다. 이후 100여 년이 흘러 현재는 400㎞/h를 넘어섰으며, 내연기관에서 배터리 기반의 자동차도 확산되고 있다. 혁명의 시기에는 안정화와 본격화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최근 새로운 혁명으로 불리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기술과 디지털화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 프로세스 등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자동화의 증가, 빅데이터와 분석의 활용을 통한 새로운 산업군 형성이 예측된다. 이러한 대전환에 맞춰 기존 제조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경로 기술이 필요한 동시에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초격차 기술 차를 유지할 수 있는 다방면적인 협력도 준비해야 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를 알린 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위 설명에 덧붙여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선도국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차, 무인 로봇 택시가 상용화됐고 LG전자도 스마트팩토리를 주력 산업의 하나로 내세우며, 2030년까지 매출 100조 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Chat GPT, Claude 3 등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다시 진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계, 로봇, 사람 간의 강력한 인터페이스로 응용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확산되고 있다. 구글의 헬퍼 로봇, 테슬라 옵티머스 등 로봇 산업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들도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Pilot 규모의 다양한 디지털 신산업, 신기술들이 선보이는 수준이지만, 지금도 최고 속도 20㎞/h 단계다. 다시 10년 정도 지나면 최고속도 70㎞/h 단계가 될 것이고, 반세기 정도 지나면 200㎞/h, 400㎞/h 수준의 디지털 전환 시대가 궤도에 오를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대전환 초입에 서 있는 작금의 시대에 내수시장도 작은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협력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성장해 온 한계를 넘어 이종 기업, 동종 기업과 지속 협력해야만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특정 품목 관련 주요 데이터를 축적해도 다양한 기업들이 느슨한 규격을 만들어서 축적하도록 함께 기획하고, 고민한다면 수년의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세부 플랫폼은 협력 없이는 실기한다. 이러한 산업 플랫폼 협력에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없는 국가 연구기관들이 조성자, 촉진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부문별 공공재로서의 디지털 전환 기술 관련 플랫폼을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아이디어는 지금 찾아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과거 독일 암베르크 공장처럼 세계적인 Best Practice를 우리나라도 5년 내에 1개라도 구축해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이 쇄도한다면 성공이다.

현재는 최고속도 20㎞/h인 자동차가 달리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디지털, AI 결합을 외쳐도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디지털 전환기는 미래 신산업, 신기술 주도권 확보의 전쟁터이다. 식상함이 생존에 대한 인식으로 바뀌어 그 식상함을 넘어설 때,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환 부문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4.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5.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1.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2.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3.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4.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5. “따뜻한 겨울 함께 만들어요” 충청우정청 연탄배달 봉사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