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에도 SNS가 있었다?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에도 SNS가 있었다?

최정민/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24-03-31 16: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터넷이 일상 속에 스며들게 되면서 SNS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커뮤니티 안에서 또 다른 자아, 즉 아바타를 만들어 타인과 소통하거나 본인의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조선시대에도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이 지금의 SNS와 유사하다면 믿겠는가?

조선후기는 신분제가 와해되고 대동법과 화폐유통을 통해 부(富)의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소비문화(消費文化)가 촉진되었다. 소비문화란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것으로써,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함께 결합되어 있는 문화가 소비문화인 것이다. 즉, 어떠한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이 평가받는 것이다. 소비문화와 함께 완상문화(玩賞文化)도 결을 같이한다. '완상'은 사전적인 의미로 '즐겨 구경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두 문화는 물질적 여유를 기반으로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뿐만 아니라 2024년에도 여전히 소비문화와 완상문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즉, SNS 속 명품, 자동차, 골프, 해외여행 등 풍류에 빠져있는 것처럼 말이다. '풍류'는 즐기는 모습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멋과 운치가 있는 일, 혹은 그렇게 즐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화를 '풍류문화(風流文化)'로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조선후기의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풍류를 즐겼을까? 이는 당시 화가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후기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은 『풍속도화첩(風俗圖畵帖)』에서 양반 사회의 풍류를 소재로 삼았으며, 총 30장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혜원의 그림은 강 위에서 뱃놀이를 하거나, 가야금을 들으며 연못을 구경하는 등 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 1). 이와 같은 문화생활 외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서책을 모으고, 애완용 비둘기를 키우기도 했으며 괴석 또는 매화, 그리고 소나무 분재 등을 수집하여 사랑방(舍廊房)에서 감상하였다. 오늘날의 사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조선 18?19세기 서민들의 궁핍한 삶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그림들을 그렸던 것이다.



1
<그림 1> 혜원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풍속도화첩(風俗圖畵帖)』, 18세기 후반, 국보 135호, 수묵채색화, 28.2×35.6cm, 간송미술관 소장
2
<그림 2> 단원 김홍도,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18세기, 종이에 수묵 담채, 37×27.9cm, 개인 소장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는 2024년, 인플루언서들의 SNS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림 2). 그림 속 인물은 중국에서 전래된 현악기 당비파(唐琵琶)를 연주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쉽게 구할 수 없었던 물품들을 늘어놓았는데, 중국의 것으로 여겨지는 도자기들, 서책상자, 검, 파초의 잎사귀 등이 인물과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서민들은 구할 수 없었던 물품을 수집하는 행위는 조선후기, 새로운 풍류활동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의 문화적, 예술적 허영심을 채워줄 뿐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입증해나가는 방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은 당시 사대부(士大夫)이거나, 부를 축적하여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사람들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적 여건을 떠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욜로(Yolo, 인생은 단 한번뿐이니 현재를 즐기자)'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대두되면서 풍류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SNS 속 조금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잘 꾸며진 모습과 멋드러진 음식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명품백을 올려놓고 이른바 '일상'이라 하며 게시글을 업로드 한 것처럼 말이다. 조선후기 작품도 당시의 사회현상을 그림이라는 기록물로 남긴 것처럼, 오늘날의 SNS 피드에 수많은 풍류문화가 담겨져 있는 것도 변화된 SNS의 현대적 모습이 아닐까?

최정민/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최정민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4.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5.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티라노사우루스 발견 120주년'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특별전
  4. KAIST 비싼 데이터센터 GPU 대신 내 PC·모바일 GPU로 AI 서비스 '스펙엣지' 기술 개발
  5.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은 2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형식이 아닌 실질적 특별시 완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시) 관련 핵심 특례 확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권·예산권·세수권 등 실질적 특례가 반드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법안이 가장 중요하다"며"형식적 특별시로는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방정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