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과학은 소리도 보이게 한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과학은 소리도 보이게 한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24-04-04 15:43
  • 신문게재 2024-04-0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404093555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사물들의 독특한 소리를 활용해서 연주하는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재치있는 표현이 참신하지 않은가? 자를 손가락으로 튕길 때 나는 소리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연주하거나 윈도우 효과음을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타자기의 찰칵거리는 소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클래식에서는 타악기 대신 망치와 모루를 이용해서 표현한 곡들이 종종 등장한다. 요세프 스트라우스(Josef Strauss)의 '대장간 폴카(Feuerfest Polka)'와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에 등장하는 '대장간의 합창(Anvil Chorus)'이 대표적이다. 조금 현대적인 곡으로는 빈터가탄(Wintergatan)의 '스타머신 2000(Starmachine 2000)'이 가볍게 들을 만하다.

그런데 사물을 이용한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음악 소리를 이용해 사물에 특이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바로 니젤 스텐포드(Nigel Stanford)의 'Cymatics'라는 곡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이들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음악에 맞춰 고유한 모양을 만드는 6개의 각기 다른 물리 현상을 활용한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두 가지, 루벤스 튜브(Rubens'tube)와 클라드니 도형(Chladni'figures)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루벤스 튜브는 기다란 관에 일렬로 조그마한 구멍을 수십 개 뚫고, 인화성 가스를 한쪽 끝에서 공급하면서 작은 구멍을 통해 불을 붙이면 완성된다. 이러면 작은 구멍 위로 불기둥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불기둥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루벤스 튜브의 반대쪽 끝에 스피커를 연결해 소리를 전달하면 특정 지점에서 불기둥이 높게 솟구치거나 낮아진다. Cymatics에서는 이를 이용해 음악에 맞추어 불기둥이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클라드니 도형은 사각형의 판 위에 적당한 양의 모래를 뿌려두고 판 밑에는 위아래로 진동하는 진동기를 장착한다. 음악을 이루는 소리의 진동수를 진동기가 전달하고 사각형 판은 이에 맞춰 진동한다. 판 위의 모래 알갱이들은 특정 음에 따라 진동하면 판의 어떤 위치에서는 벗어나려고 하고, 다른 어떤 위치에서는 모이려고 한다. 이런 지점들이 모여 클라드니 도형이라고 하는 여러 모양이 만들어지고, 음악에 따라 모양들이 변한다.



소리를 '보여주는' 이 두 가지 현상은 모두 정상파(定常波, Stationary wave)라는 물리 현상과 관련 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 파동으로 전달된다. 이때 파동의 높이인 진폭은 진동의 세기, 파동의 횟수는 진동수를 의미한다. 정상파는 동일한 진폭과 진동수를 가진 두 파동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합쳐져 발생한다. 두 파동이 만나면 서로 겹쳐지면서 진폭이 최소 지점인 마디(node)와 최대 지점인 배(antinode)를 형성한다. 마디에서는 진폭이 없는 듯 마치 진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배에서는 진동이 가장 강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정상파가 루벤스 튜브와 클라드니 도형과 어떻게 연관될까?

루벤스 튜브에는 인화성 가스가 흐르고 있고 한쪽 끝에서 소리가 전달된다. 만약 소리의 음파가 정상파 형성 조건에 부합한다면 진동의 세기가 강한 지점에서는 가스를 높이 밀어 올리고 진동의 세기가 약한 지점에서는 가스를 밀어올리지 못해 불기둥의 높이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클라드니 도형도 동일한 원리로 사각형 판이 진동할 때 형성된 정상파로 모래 알갱이가 진동이 가장 강한 배 지점에서 진동이 거의 없는 마디로 이동하면서 판에 형성된 정상파 모양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곡은 정상파를 만들어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에 곡 자체로만 본다면 음계가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청각적인 자극인 음악을 과학적인 원리를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만들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어 독자들에게 소개해보았다.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울진군 임업사관학교 입학식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 어르신 복지 증진 맞손
  3. "함께하는 한 끼, 이어지는 우리"
  4. 음악의 감동과 배움의 열정으로, 어르신 삶에 새 활력을!
  5. 천안법원, 허위 보조금 신청한 60대 남성 '벌금 500만원'
  1. 백석문화대, 충남형 계약학과 공유·협업 워크숍 개최
  2. 아산시의회 탄소중립을 위한 특별위, '중이 없는 회의 개최
  3. 연암대, LG와 함께하는'2025 LG Day'개최
  4. 당진 173㎜ 홍수주의보 해제…산사태 주의보 '계속'
  5. 천안문화재단, 16~28일까지 그리다방네모 창단 10주년 전시

헤드라인 뉴스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일본 대마도에 돌려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일본 현지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각각 동일한 모양의 불상을 제작하는 복제에 돌입했다. 일본 측은 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인 불상을 관음사로 모셔 신자가 친견할 수 있도록 복제 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에서는 상처 없는 약탈 이전의 온전한 불상을 제작하는 중으로 1330년 고려시대 불상을 원형에 가깝게 누가 만들 수 있느냐 견주는 시험이 시작됐다. 11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5월 일본 관음사에 돌려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쓰시마(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대전 도심 속 온천관광 랜드마크인 '유성온천 문화체험관'이 첫 삽을 뜬다. 11일 유성구에 따르면 유성온천 문화공원 두드림공연장 일원(봉명동 574-5번지)에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건립 공사를 오는 15일 착공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온천지구 관광 거점 조성 공모 사업'에 선정된 이후 추진됐으며, 온천 관광 활성화와 지역 대표 축제인 '온천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유성온천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험관은 국비 60억 원을 포함한 총 198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과 금강 남측 생활권을 잇는 '금강 횡단 교량'이 2032년 수목원로~국토연구원 앞쪽 도로 방향으로 연결된다.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은 9월 11일 오전 10시 e브리핑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강 횡단 교량 추가 신설은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에 맞춰 원활한 교통 소통의 필수 인프라로 꼽혔다. 국책연구단지 앞 햇무리교를 사이에 두고 이응다리 쪽이냐, 반곡·집현동 방향에 두느냐를 놓고 여러 검토가 이뤄졌다. 햇무리교와 금남교는 현재도 출퇴근 시간대 지·정체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행복청은 이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5~6학년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5~6학년부 예선

  •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