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다시 생각하는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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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다시 생각하는 올림픽 정신

정용래 유성구청장

  • 승인 2024-08-08 16:29
  • 신문게재 2024-08-0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동정사진
정용래 유성구청장
올림픽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가? 답은 다소 회의적이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구호부터 그렇다. 올림픽 기간 휴전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전통이었다. 무기를 내려놓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인 '에케케이리아(Ekecheiria)'로 불린다.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고대 올림픽의 전통을 살려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포성을 멈추자고 했다. 그 제안은 공허했다. 이후에도 올림픽 기간 지구촌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졌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 기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멈추지 않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돈다.

탁월함(Excellence), 존중(Respect), 우정(Friendship)이라는 올림픽 3대 가치도 자주 훼손되곤 했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경쟁 그 자체이고, 이기는 게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라는 올림픽의 목표도 공허하다. 이념을 앞세운 대회 보이콧이 반복됐고, 체제 경쟁에서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잘 싸우기보다 이기는 게 전부이기도 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은 국위선양의 무대였다. 금메달 개수가 전부였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세계 2위에 오르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로 사과하는 선수가 많았다. 그래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정신은 과연 유효한가?



파리올림픽이 곧 막을 내린다. 회의적인 질문은 잠시 접고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뜨겁게 응원했다. 여자 양궁이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고, 남자 개인전의 김우진이 마지막 10점 한 발로 전 종목 석권의 화룡점정을 찍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배드민턴의 안세영이 금메달을 확정하고 포효하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만 감동을 준 것은 아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고도 일본 선수와 감독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는 신유빈은 대견했다. '삐약이'가 아니라 어느새 품격 있는 어른이었다.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의 카리스마 넘치고 쿨한 모습에 세계가 반했다.

한국 선수들은 메달을 향해서만 뛰는 게 아니었다. 올림픽 정신을 재정의했다. 먼저 공정이다.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대표 선발전 통과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런 과정의 공정이 뛰어난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품격이다. 양궁의 김우진은 마지막까지 명승부를 펼친 미국 앨리슨의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우승 세레머니를 대신했다. 유도 최중량급의 김민종은 결승전에서 자신을 한판으로 눕힌 프랑스의 리네르에게 존경을 표했다. 승리하면 마음껏 기뻐하되 패배하면 결과를 기꺼이 수용했다. 패자를 위로하고 승자를 존중했다. 스포츠에서 품격은 페어플레이의 이음동의어다.



공정과 품격은 올림픽과 스포츠에만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당장 회복하고 바로 세워야 할 원칙이다.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해졌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연이어 불거지는 각종 의혹과 이슈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품격이 이렇게 무너져도 되는지 걱정하고 있다. 승자 독식이 심화하고 패자 부활전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종목별 협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공정과 품격, 민주적 절차가 훼손된 단체는 어김없이 잡음이 불거졌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팬들은 등을 돌리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다.

공정과 품격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우리 구부터 그런 올림픽 정신이 충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 뜨거운 열정과 감동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다진 각오다. 올림픽 정신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맙다.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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