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용 교수 |
충청도에서는 첫째, 유성(儒城)이요, 둘째는 경천(敬天), 셋째는 이인(利仁), 넷째는 유구(遺構)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계룡산의 동북방으로 유성의 큰 들판이 드러나고 도덕봉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유성천(儒城川)은 유성구의 넓은 평야를 뚫고 반석천(盤石川)과 함께 갑천(甲川)에 합류하며 북쪽의 금강으로 흘러든다.
유성을 포함한 대전은 사람이 살면서 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천혜의 복지(福地)이며, 낮지도 높지도 않은 적당한 고도에 넓은 평야와 동서남북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풍해와 수해가 거의 없는 평안한 곳이다. 여기에 도시의 한복판에 흐르는 대전천(大田川)과 유등천(柳等川), 갑천(甲川)이 만나는 삼천(三川)은 금강(錦江)으로 흘러들고 도시를 휘돌아 흐르는 물의 도시임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우리 지역은 땅이 비옥하고 산이 웅장하며 지역민은 부유하고 물산이 풍부하다고 하였다.
여기에 봉명동(鳳鳴洞)은 유성 온천이 있는 관광지이다. 유성 온천물은 각종 유익한 미네랄 성분 6백 여종이 함유된 질 좋은 온천으로 조사되었고 상처나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백제시대 한 홀어머니가 독자 아들을 군에 보내고 전쟁터에 나갔던 아들은 신라군의 포로가 되어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건져 다시 돌아왔지만 차도가 없이 시름만 깊어갔다. 어느 날 눈이 내린 논 가운데에서 상처를 입은 학 한마리가 김이 오르는 물에 날개를 담구고 퍼덕거리더니 치유되어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물동이에 그 물로 아들을 목욕시키고 상처를 씻겼더니 완쾌되었다고 한다.
유성(儒城)은 우리 조상님들이 일찍이 인문지리학적으로 인정한 사람이 살기 좋은 가거지(可居地)이며, 천혜의 온천자원을 가지고 있는 휴양과 치유의 지역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지역 환경을 지혜롭게 이해하고 창조해왔던 문화와 역사는 그 자체로 독창적이며 혁신의 잠재력이 강한 터전으로 거듭 발전해왔다.
최근 휴양과 치유, 돌봄은 복지개념으로부터 경제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돌봄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적 파급효과로서 '돌봄의 경제'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돌봄은 타인이 인간답고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적 합의 기반이며, 사회적 약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누구든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공익적 경제 생태계로 조성되어야 한다.
'트랜드 코리아 2024'에서 돌봄의 경제는 새로운 스타트업의 확장을 예견하고 있다. 물리적 불편함을 보살펴주는 단순한 요양을 넘어 성인의 정신 건강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사회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요양과 간병의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주거, 보건, 재활, 의료서비스 등 종합적인 커뮤니티 케어로 영역이 넓어져 가고 있으며 경제적 규모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우리 지역의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인문지리학적 기반이 깊은 유성 온천을 중심으로 휴양과 즐김, 돌봄과 치유, 보건과 의료서비스의 경제 생태계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사회적 가처분 자산이 복지 및 돌봄, 웰빙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유성의 온천자원과 역사와 문화의 기반은 지역적 특성과 경쟁력을 갖춘 최적지이며 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도시건축의 공학전문가이면서도 세계의 도시나 지역을 시찰하고 자격지심(自激之心)으로 스스로를 미흡하게 여기는 어리석음을 반성하곤 하였다. 세계시민의식과 지역적 자부심은 남의 것을 따라 하고 자기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고 면면히 이어져 왔던 우리의 역사적 가치를 소중히 연구하고 계승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 지역은 충청의 기호유학(畿湖儒學)을 계승한 선비문화의 품위 높은 마을로서 현재는 첨단 과학도시에 인문학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교육과 과학의 도시로서 역사, 문화 경제의 생태계로 거듭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유성의 지역 가치를 위한 참여와 혁신을 기대한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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