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집] 친일 고문 헌병보조원 뒤쫓는 사람들 "독립만세 함성 쟁쟁하건만…"

[8·15 특집] 친일 고문 헌병보조원 뒤쫓는 사람들 "독립만세 함성 쟁쟁하건만…"

유관순 판결문에 등장한 정수영 헌병보조원
체포·고문혐의로 1949년 반민특위 한때 체포
1941년까지 만세운동 뿌리 병천교회 밀착감시
사료조사와 주민 증언 통해 단죄 없는 친일 기록

  • 승인 2024-08-13 17:47
  • 신문게재 2024-08-14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9414
천안 아우내독립만세운동기념공원에 1919년 4월 1일 만세운동을 재현한 조형물이 시민들을 맞고 있다.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듯 하다.  (사진=임병안 기자)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고 대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 일어난 천안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때 유관순 열사를 체포 고문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헌병 보조원의 행적이 새롭게 드러났다. 만세운동의 거점인 병천교회와 진명학교에 1940년까지 자신의 주소를 두고 감시의 눈살을 거두지 않았고, 반민족행위처벌특별위원회에 한때 체포되었다가 이마저도 풀려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79주년 광복절을 닷새 앞둔 8월 10일, 국내 항일 독립운동 대표 현장인 천안시 병천면의 유관순열사기념관은 학생을 동반한 관람객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105년 전 5000여 명이 집결해 태극기를 들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아우내장터가 멀지 않게 내려다보였다. 박수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동행한 이날 방문은 유관순 열사가 이곳에서 1919년 4월 1일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뒤 소요와 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평화적 만세운동을 큰 소요와 군을 위협한 사태로 묘사한 당시 헌병 보조원 정수영의 행적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징역 3년형을 확정한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에 복역 중 고문의 후유증으로 1920년 9월 28일 18세로 순국했다.



박수환 사료조사위원은 정수영이 정춘영이라는 이름으로 병천금융조합 감사로 재직할 때 자신의 주소를 조선총독부 관보에 등기했는데, 그의 주소지가 성공회 병천교회 지번 주소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공회 병천교회는 당시 진명학교를 운영해 아이들에게 근대식 교육을 제공했는데, 서울에서 3·1운동에 참여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관순 열사가 교회와 진명학교를 중심으로 독립만세운동을 준비했다는 것은 최근까지 익히 연구된 내용이다. 그러나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당시 현장에 출동해 유관순 열사를 체포해 고문한 것으로 알려진 헌병보조원이 유관순 열사의 순국에도 1923년 12월 정식 경찰이 되었고 1941년까지 거주지 주소를 병천교회 부지에 두었다는 것은 새롭게 규명된 내용이다.

박수환 사료조사위원은 "헌병보조원에서 정식 경찰이 된 정춘영이 해당 교회에 주소를 두고 끈질기게 감시하고 관리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G_9356
유관순열사기념공원에 태극기를 든 유관순 열사 동상 모습. 그녀를 체포 고문한 인사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이날 함께 방문한 병천교회 미카엘 신부를 통해 만세운동을 진압한 일본군은 진명학교 운동장에 1년 가까이 그대로 주둔해 감시하고, 매년 개최하는 운동회마저도 일본군이 반대해 개최하지 못한 기록을 확인시켜줬다.

'병천교회 선교 백년사'를 집필한 전해주 신부는 "목천보통학교에서 4·1아우내만세운동을 위한 준비모임을 가졌을 때 조선인 헌병보조원 정춘영은 헌병들과 함께 급습해 만세운동을 준비한 학생들을 검거한 역사가 있다"라며 "그의 주소지가 성공회 병천교회와 같은 이유는 재판 당시 일본헌병 보조원의 신분인 그가 실제로 교회 부지 내에 거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수환 조사위원은 그가 천안을 떠나 서천 장항에 정착했을 때 반민족행위처벌을 위한 반민특위에 체포되었음에도 처벌 없이 석방되됐고 보고 있다. 1949년 8월 9일자 동방신문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충청남도 조사부, 유관순을 직접 체포 수감하고 고문한 혐의로 정춘영(55) 체포'라는 기사가 게재됐으나, 반민특위가 한 달 뒤 서둘러 해체되면서 처벌 없이 석방됐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박수환 위원은 "그가 장항에서 운영한 여관은 지금 창선2리 마을회관이 있는 곳에 광신장이었음을 확인하고 외려 관변단체 충남도단부 간부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라며 "6·25전쟁 후 행적은 더는 확인되지 않으나 어떠한 처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IMG_9348_edited
박수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성공회 병천교회에서 장동윤 신부의 안내로 사료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1.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2.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