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송은애 시인, 마침내 일어섰다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송은애 시인, 마침내 일어섰다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10-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1014_212647377_06
10월 11일 오후, 송은애 시인의 산문집 『手 BOOK』 출판기념회가 서구 구봉로 <드림허브-다함께 공간>에서 있었다. 시인이 회장으로 있는 서구문학 9집과 함께였다. 手 Book(수북)이란, 만든 말로 월간 「대전예술」 지상갤러리 합본이다.

시인이 대전예술 임기 6년 동안 연재했던 그 기록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는 234권의 책이 손안에 들어와 읽기 좋고 수북하게 쌓여 있다는 중의적인 의미로 표지 그림도 정조가 선호했던 '책가도'를 고명성 화백이 유화로 그려줬다.



시인이 수북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자신만의 좋은 기록물(창작물)로 월간지에 연재하고 사라질까 봐 엮으려고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2024년 창작지원금을 받게 되어 망설임 없이 출간한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시인의 아픔을 알기에 말이다.

시인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동네 병원에 다니다가, 급기야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 올해 5월 1일 자로 퇴원했다. 정확히 5개월의 대장정이었다. 시야가 불투명한 거대 암흑에 둘러 처진 설산을 힘겹게 넘어오듯 정형외과에서 오른발 치료(내부에서 염증 유발)ㅡ외과 대장암 초기 발견ㅡ안과 치료를 받아야만 해서였다. 그때의 힘든 시간을 어떻게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인은 평소 긍정적인 생활방식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잘 이긴 것 같다. 물론 가족, 특히 사랑하는 남편의 지극한 정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루는 시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시인 퇴원 소식을 듣고도 차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지인끼리 소식만 나누던 때였다. 전화를 받자 낯설기 조차했다. 찻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 데 문득 '일어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감회가 깊었다. 역시 송 시인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KakaoTalk_20241014_212647377_02
만감이 교차하며 찻집에 들어서자, 시인은 문 앞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맞아줬다. "괜찮으세요?" 나도 모르게 손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 송 시인은 예전과 다름없이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탁자 위에는 2024년 『밟혀도 피는 꽃』 송은애 꽃시집이 놓여있었다.

꽃 시집은 앞서 9월30일 시인이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2024년 대전사랑 문고사랑 구월의 노래 脈 15집과 함께 중구 중앙로 <커먼즈필드?모두의 공터>에서 성황리에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시인은 말했다.-오랜 시간이 흘렀다. 세상살이가 참 오묘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과거는 추억이 되더이다. 시집을 엮으며 그동안 그래도 많은 詩를 썼구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때로는 위로한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과 국립공원 야생화를 보며 다가선 야생화 사진 그리고 눈에 띈 꽃들과 시인이 담았던 아이들,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의 집합체라고 했다. 야생화 사진을 보내 준 김병지 교수, 원종석 님 그리고 국립공원 야생화팀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인 셈이다.

시인은 순수문학으로 등단(1996년), 오래도록 글 쓰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시집 『밟혀도 피는 꽃』 외 11권, 산문집 『고택의 門을 열다』 외 2권. 이제 칠순을 바라보며 반추하는 삶을 살겠다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그 다짐을 보여주듯 야생화 시집을 엮었다고 한다. 경력 없는 인생이 오히려 부럽다는 웃스갯소리를 하면서 말이다. 특별히 산문집 2022년 『길마루길 64』는 시인이 사는 동네 이야기이다. 길마루길에 정착한 것이 벌써 15년, 동물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시도 아니요, 산문도 아닌 생활 이야기로 일기 쓰듯 써 내려간 글들이 인터넷 카페나 밴드에서 잠들고 있는 것 같아 사연들을 불러들여 엮었다고 한다. 가볍게 읽으며 미소 한번 지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지난주 출판기념회 행사를 하느라고 무리해서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다. 사실 송 시인은 사람을 좋아하고 편애하지 않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선지 주변에는 항시 사람이 북적인다. 이번 출판기념회 장소도 무료 대관으로 대표인 강양자 교육학박사와는 '아름고리' 봉사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던 막역한 사이라고 하니 말이다.

모쪼록 올해는 송은애 시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3.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4.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2025년 가장 많이 찾은 세종시 '관광지와 맛집'은
  2.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3. 세밑 한파 기승
  4. '일자리 적은' 충청권 대졸자 구직난 극심…취업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5. 중구 파크골프協, '맹꽁이 서식지' 지킨다

헤드라인 뉴스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31일 저녁은 대체로 맑아 대전과 충남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고, 1월 1일 아침까지 해돋이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전기상청은 '해넘이·해돋이 전망'을 통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외활동 시 보온과 빙판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전을 포함해 천안, 공주, 논산, 금산, 청양, 계룡, 세종에 한파주의보가 발표됐다. 낮 최고기온도 대전 0도, 세종 -1도, 홍성 -2도 등 -2~0℃로 어..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