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충청홀대 두고만 볼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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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충청홀대 두고만 볼텐가

  • 승인 2024-11-27 13:59
  • 신문게재 2024-11-28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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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사적 기록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그 뿌리가 얕진 않다.

고려 창업주 왕건은 서기 943년 열 가지 유훈(遺訓)을 훈요 10조에 남겼다.

왕건은 여기서 차현(차령산맥) 이남과 공주강(금강) 밖의 사람들은 등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후백제를 통합한 원한을 품고 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왕건은 설명했다.

후삼국 시대, 자신과 천하를 두고 다퉜던 견훤의 잔존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조선조에 들어도 지역 차별 역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순조 11년인 서기 1812년 평안도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이 대표적이다. 조선 조정이 서북인을 문무 고관에 등용치 않았다는 이유에서 일어난 민중봉기다.

평안도는 북방 이민족 침입을 자주 받아왔고 죄인 유배지로 활용됐다. 자연스레 유력가문은 드물었고 척박한 땅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 배경은 평안도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는데 보다 못한 홍경래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고려와 조선의 지역 차별은 따지고 보면 정치적 문제에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유감스럽게도 지역 차별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하다. 충청홀대론, 충청인들은 귀에 닳도록 들어봤을 말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인 지금 19개 부처(여가부 공석) 장관 중 충청 출신은 고작 1명에 불과하다. 영남 10명, 서울 3명, 호남 3명과 비교할 때 충청의 몫은 초라하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의석수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올 7월 충청 인구는 555만 명, 호남 495만 명으로 충청이 호남보다 60만 명가량 많다.

어림잡아도 충청이 호남보다 3~4석 많아야 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충청과 호남의 22대 국회 의석은 28석으로 같다.

국민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 함에 있어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 원칙이 충청인에겐 훼손된 것이나 다름없다. 명백한 충청 홀대 아닌가.

이장우 대전시장은 얼마 전 대전-충남 통합선언 행사장에서 "임계점이 오면 충청 기반 정당을 창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이 이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충청홀대의 배경은 고려와 조선 때 지역 차별이 생긴 이유와 같다. 바로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영남과 호남 출신 인물이 각각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아왔다. 그동안 고위직 인사, 정부 예산 등 한정된 국가 자원이 두 지역에 집중돼 온 이유다.

물론 영남과 호남이 덜 대접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홀대' 대신 '역차별'이란 말을 쓰곤 한다. 여기엔 두 지역이 주류(主流)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면, 충청권은 정권을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다. 제4대 윤보선 전 대통령이 충남 아산 출신이다. 하지만, 의원내각제 하의 대통령으로 실권이 없었고 5·16 군사 정변 탓에 재임 기간도 1년여에 그쳤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로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곤 있지만 정작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충청홀대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무엇보다 자강(自强) 노력이 필요하다. 애초 정치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니 해법도 여기서 찾는 게 맞다. 여야가 충청대망론 주자 발굴을 한시도 게을리해선 안되는 이유다.

자조(自助)도 뒤따라야 한다. 충청인 간 밀어주고 끌어주는 '신(新) 품앗이'가 절실하다. 영남의 '우리가 남이가', 호남의 '우덜끼리' 문화, 충청도 못하란 법 없지 않은가. <강제일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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