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3- 가을 최고의 미각여행지 금산 추부 추어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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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53- 가을 최고의 미각여행지 금산 추부 추어탕마을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12-02 17:22
  • 신문게재 2024-12-03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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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 추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가을이 가까워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추어탕이다. 그런데,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하는 음식이고 추탕은 미꾸리를 통으로 넣어 끓인 음식이다. 그리고 강원도 원주 등지에서는 쌀미꾸리로 추어탕을 끓인다.

갈아서 하는 추어탕은 대부분 몸통이 크고 꼬리 부분이 납작한 미꾸라지를 이용하지만 통째로 넣는 추탕은 몸통이 작고 꼬리 부분이 동그란 미꾸리로 끓여야 혐오감도 적고 맛이 있다.

미꾸리는 미꾸라지와는 엄연히 다르다. 미꾸라지는 일반적으로 꼬리 부분이 납작해서 납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미꾸리보다 커서 150㎜ 안팎의 것들이 많으며 200㎜가 넘는 것도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꾸리는 몸의 길이가 대부분 100~170㎜가 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몸은 가늘고 길며 꼬리 부분이 원통형으로 생겨 둥글이라고 부른다. 추어탕 재료로 흔히 미꾸라지를 쓰고 있지만 미꾸라지는 미꾸리보다 맛이 떨어진다. 예로부터 약용이나 추어탕과 같은 식용으로 미꾸리를 제일로 여겼다.

미꾸리를 한문(漢文)으로는 진흙 속에 산다 해서 이추(泥鰍), 가을 물고기라 해서 추어(鰍魚)라고 한다.

그러나 서울 추탕과 강원도의 추어탕은 또 다른 미꾸리를 사용한다. 서울 추탕은 미꾸리를 쓰지만, 강원도 추어탕은 쌀미꾸리로 끓인다.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열 개의 입수염을 달고 있는 데 반해 쌀미꾸리는 수염이 여덟 개 달려 있다. 쌀미꾸리를 영어로 'eight barbel loach'라고 표기하는 것도 '수염이 여덟 개인 미꾸리'라는 뜻이다.

쌀미꾸리는 미꾸라지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까운 종은 아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 등은 미꾸리 과에 속하지만, 쌀미꾸리는 미꾸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미꾸리과가 아니라 종개과에 속한다.

쌀미꾸리는 미꾸리와는 달리 땅 속을 파고들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모습이 같아 보여 대부분 이 물고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미꾸라지 새끼로 취급해 버리기 일쑤다.

주로 물이 얕고 흐름이 느린 소하천이나 물이 맑은 계곡형 농수로에서 사는데, 머리는 납작하고 배 부분은 통통하며 꼬리로 갈수록 얇아진다. 소형 절지동물이나 실지렁이 따위를 주로 먹는데, 입 주위에 있는 감각 수염 5쌍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다.

수컷은 옆구리에 진한 점으로 이어진 줄무늬가 있지만 암컷은 없거나 흐릿하게 있다.

강원도 추어탕의 대표적인 추어탕은 '원주 추어탕'이다. 원주 추어탕 역시 쌀미꾸리를 이용해 탕을 끓이는데, 손님상에 작은 솥을 놓고 즉석에서 탕을 끓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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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나무 추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강원도 원주추어탕은 서울 추탕처럼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인 맛이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국물이 끓을 때 쯤 산 미꾸라지를 솥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고추장 국물을 육수로 쓰고 감자와 버섯, 토란순, 부추, 대파, 미나리 등 야채도 푸짐히 들어간다.

옛날 농촌에서는 동네 청년들이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논에서 물을 빼기 위해 논 둘레에 도랑을 파는 '도구(道口)를 친다'.

이 도구를 치면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헤집고 들어 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잔뜩 잡을 수가 있다.이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서 한 여름동안 더위 지친 동네 노인들을 모셔 놓고 '갚을 턱' 또는 '상치(尙齒:노인을 숭상한다는 뜻)마당'이라는 잔치를 열었다.

추어탕은 효심이 깃든 음식이라 할 것이다.

조선 선조 때(1850년경) 실학자 이 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추두부탕(鰍豆腐湯)' 끓이는 방법이 나온다. 산 미꾸라지를 가마솥에 넣고 가운데 순두부를 넣은 후 서서히 불을 때면 미꾸라지들이 뜨거워 순두부 속으로 기어 들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추두부(鰍豆腐)를 만든 후 양념장에 양념을 해 먹거나 탕을 끓이는데, 이러한 음식은 조리과정이 잔인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반 가정에서 해 먹던 음식이 아니라 경중(京中)의 성균관(成均館) 부근에 살면서 소를 도살(屠殺)하거나 쇠고기를 파는 계층(階層)인 관노(館奴) 신분인 반인(泮人:백정)들이 이미(異味)로 즐겼다고 기록돼 있다.

한양 성안의 관노인 반인들은 '추두부탕'을 끓여 먹었지만 '꼭지'라는 거지 조직에서는 미꾸라지를 잡아 추탕(鰍湯)을 끓여 먹었다. 이들 거지 조직은 한양의 개천 다리를 중심으로 근거지를 잡았다.수표교 밑의 청계천 꼭지, 복청교 꼭지, 서소문 꼭지, 염천교 꼭지 등 개천의 다리 밑에 거적을 이용해 움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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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튀김과 미꾸라지튀김. (사진= 김영복 연구가)
특히 꼭지 중에 세력이 큰 무리는 세종대왕이 물난리를 자주 겪는 청계천의 석축공사를 하면서 개천 바닥을 파 여기서 나오는 모래를 쌓아 놓은 가산(가짜산:지금의 을지로 6가)에 꼭지라 불리는 땅꾼들이 모여들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간 수표교 꼭지들이었다. "이번에는 뱀 열 마리만 잡아 오게!" 옛날 궁중에서 쓰는 약을 맡아보는 내의원이나 가난한 백성들의 병을 치료해 주던 혜민서 같은 곳에서 부탁을 받고 뱀이나 지네 등 약으로 쓸 동물이나 곤충을 잡아 오는 일을 하거나 잔칫날이나 장례식때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이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횡포가 심해지자 당시 치안을 담당하고 있던 포도청으로부터 구걸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관인 거지집단으로 우두머리를 '꼭지딴'이라고 부르고 이 꼭지딴이 질서를 잡도록 했다.

반찬을 얻어 올 수 없는 관계로 꼭지들이 밥을 얻으러 간 사이 남아 있는 꼭지들은 청계천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탕을 끓이는데,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파, 마늘은 물론 잡다한 재료를 모두 쓸어 넣고 추탕을 끓여 구걸해 온 밥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당시 추탕집은 포도청에서 뒷돈을 대줄 정도였다고 한다.이 추탕 끓는 냄새가 얼마나 구수했던지 일제 강점기에 이 추탕은 '꼭지딴 해장국'이라 불리며 청계천 주변 상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사 먹었다고 한다.

꼭지들이 운영하던 추탕집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대개 1932년에 먹고 살기 위해 문을 열기 시작한 추탕집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이 추탕의 명맥을 이어오는 집이 청계천 주변의 '용금옥', 서울 용두동 대광고 안암천 건너편 '곰보추탕' 신설동 옛 경마장 부근에서 하월곡동으로 이사 간 '형제추탕' 세 집만 남아 있다. 시청 뒤 코오롱 빌딩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3, 4번째 골목 한옥집에 위치한 '용금옥'은 1932년 신석숭 옹이 안식구인 홍기녀 씨와 주점 겸 추탕집으로 시작하여 추탕 맛이 장안에 소문이 나자 해방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당대의 정치인, 언론인, 문인,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경복궁 역 부근으로 옮겼다..

지금은 신 옹의 손주 며느리인 오경식 씨가 3대에 걸쳐 대물림하고 있으며 주방에는 윤재순 할머니가 50년 동안 한결 같은 맛을 지켜내고 있다.

서울 추탕과 원주 추어탕은 통미꾸라지를 끓여내지만 경상도식이나 전라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 넣는다는데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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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 추어탕마을. (사진= 김영복 연구가)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리를 삶아 으깨어 데친 풋배추,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파, 마늘을 넣고 끓인다.나중에 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방아잎을 넣고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어 먹는다.

경상도 추어탕은 국물이 맑고 풋풋한 배추 향과 방아잎이나 산초 냄새가 강한게 특징이지만 다른 지방의 추어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있다.

경상도 추어탕은 역시 부산 강서구 식만동 일대의 추어탕집들이다.

부산으로 편입되기 전에는 김해시로 김해평야 넓은 들판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이기 시작해 약 50여년전부터 하나 둘씩 추어탕집이 생기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전라도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 넣은 후 고사리와 토란대, 된장과 들깨즙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다 초핏가루를 넣어 매운 맛을 낸다.특히 남원추어탕은 그 역사도 오래 되었고 남원하면 전라도 추어탕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남원은 추어탕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추어숙회다.

추어숙회는 50여년전 서삼례(徐三禮 새집: 1代 주인) 할머니가 하동에서 남원으로 시집와 개발한 음식이다.

미꾸라지에 밀가루를 살짝 입혀 찐 다음 마늘, 파, 흑임자, 맛소금 등의 양념을 넣고 곱돌냄비에 좀 더 익혀 계란으로 살짝 덮는다. 그리고 상추와 쑥갓에 초고추장을 발라 익힌 미꾸라지에 거친 지느러미와 미끈미끈한 감촉을 줄이고 미각을 돋우기 위해 마늘과 풋고추를 섞은 계란을 덮는다.

충청도의 대표적 추어탕은 깻잎이 많이 나오는 추부면 마전리에 있는 추어탕마을이다.

마전리는 추부면의 소재지로 추부라는 이름 보다 마전이 더 알려진 동네다.

마전리 만인산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胎)를 봉안한 태실이 있다. 이 만인산은 조선 최고의 풍수지리학적 명당이라고 한다. 이성계의 태는 처음에는 함경도 함흥에 안치하였다가 무학대사의 지시로 금산 만인산에 석실을 만들고 이 곳에 봉안하고 태실비를 세웠다고 한다.

한편 마전리는 옛날에 이곳에 말을 팔고 사는 말 시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말을 타고 한양으로 가던 사람들이 들르던 마방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마전리 네거리는 대전 금산 논산 옥천 영동을 오가는 교차로 있는 지방의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충남 금산 추부면은 금강이 가까이 있어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를 비교적 구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추어탕이 유명해지기 쉬운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2009년 9월부터 금산군에서 추부면 마전리 중부대학교~마전 종점에 추어탕마을 음식특화거리를 지정하면서 시골, 골목, 둥구나무 등 50여개 업소가 추어탕 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추부의 둥구나무추어탕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집에서는 추어탕을 먹기 전에 미꾸리 튀김과 인삼튀김을 시켜 맛을 볼 수가 있다.

둥구나무추어탕에는 부추와 깻잎, 시래기 수제비가 들어 가있다. 밥한 그릇을 마니 걸죽하니 마치 보양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대체로 추부의 충청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24시간 이상 푹 고와 뼈까지 삭혀 푹 곤 후 체에 거른 진한 국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로 마무리한다. 여기에 부추, 깻잎, 애호박 등을 넣고 수제비까지 떼어 넣어 뚝배기에 담는다. 마을에서 재배되는 진한 깻잎 향이 더해져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미꾸리 튀김과 인삼튀김을 반반씩 시키고 추어탕을 시켜 맛있게 먹고 나오다보니 마당에서는 깍두기와 김치를 담고 있었다. 직접 담은 김치와 깍두기 요즘 식당에서 보기드문 모습니다.가을이 서서히 짙어지며 산과 들에 단풍이 아름답게 들어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이 계절 영양가 풍부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몸보신을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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