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겨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겨울

경제부 심효준 기자

  • 승인 2024-12-11 10:07
  • 신문게재 2024-12-12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중도일보 심효준 증명사진
심효준 기자
벌써 겨울이다. 올해는 어째 한여름의 무더위가 채 가시기 전에 곧바로 한기를 두른 차디찬 바람이 불어온 것만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건지,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가을이 짧아진 건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흔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표현한다. 따뜻한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군 노동의 가치를 결실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충분히 수확을 해둬야 춥고 배고픈 겨울을 버틸 수 있는 만큼, 가을은 대한민국에서 정말 중요한 계절이다.



그런데 올해 우리에게 가을은 없었다. 명확히 표현하자면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기도 전에 처참히 짓밟혀 겨울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비상계엄', 한밤중 갑자기 등장한 이 단어는 국내 경제를 제대로 난도질하려는 모양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바로 국내 증시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던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소식에 곧바로 아래로 고꾸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사건 이후 4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연저점을 갱신(12월 9일 기준)했고, 시가총액만 총 144조 원가량이 증발했다.



증발한 액수만큼, 대한민국 기업을 믿었던 국내 투자자들은 처절하게 배신당했다. 하루아침에 박살이 난 계좌를 받아든 개미들은 또다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됐다. 그저 자국 기업의 가능성을 믿고 힘을 보탰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 크다. 나스닥과 비트코인의 가파른 상승세를 바라보며 박탈감과 후회만 생길 따름이다.

결국 국내의 자금은 해외로 향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6일 1121억 4039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6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국내에 투자돼 미래 잠재력을 키우는 데 쓰여야 했을 자금이 해외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과도한 공포에 신규 상장을 준비하던 지역 기업들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서도 계획을 다시 철회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공모주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상태에서는 도저히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이 스스로 의지를 꺾는다는 건, 절대 우리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올 한 해 지독하게도 국내 증시를 괴롭힌 이 차가운 단어가 현재로선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을 잡아먹고 기세를 키운 겨울이 내년 봄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 것만 같다.

/심효준 경제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3.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4.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3.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4.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5.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