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비상계엄 후유증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비상계엄 후유증

박병주 경제부장

  • 승인 2024-12-18 17:14
  • 신문게재 2024-12-1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병주
박병주 경제부장
24년 전, 대학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 전국 61개 대학 연합이 5·18 광주민주화항쟁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민주화운동의 아픈 역사의 의미와 희생된 이들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해 당시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의미를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광주에서의 짧은 시간은 나의 무관심을 일깨웠다. 계엄군의 총칼에 무참히 쓰러진 이들의 사진과 영상은 끔찍함과 함께 분노를 치밀어오르게 했다. 어찌 대한민국에서 있어선 안 될 이러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후 '5월의 광주'와 '비상계엄'은 가슴 아픈 역사로 기억된다.

불행하게도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45년만 또다시 계엄사태를 맞았다. 절대 경험하지 않아도 될 계엄을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겪은 날로 기억된다. 이날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는 계엄군에 의해 봉쇄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는 장갑차와 헬기가 등장해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다. 시민들은 계엄군과 엉키며 긴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방송사들은 뉴스특보 체제로 돌입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이를 보며 광주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계엄선포 사태는 2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로 해제됐다.



한밤의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파는 심각하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혼란을 맞았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9일 2360.58로 2023년 11월 3일(2351.8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627.01로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437.0원에 마감하며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대를 넘어 1440원을 위협하는 등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내년 전망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각 2.3%, 2.2% 전망에서 2.0%로 낮췄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더욱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한 달 전 1.8%보다 0.2%포인트 낮춘 1.6%로 제시했고, 다른 IB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1.8%로 예측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을 비롯한 대외 신인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는 최근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 4단체 대표들은 17일 국회에서 우원식 의장과 경제계 비상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비즈니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다.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최근 상황을 보면 대외 국가신용등급이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이번 계엄사태는 경제는 물론 전 분야에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여 년 전 광주에서의 받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듯, 향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유증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야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판알을 튕길 때가 아니다. 서로 간 협력을 통해 무너진 민심과 경제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돌아가는 민생 추(錘)는 한 곳으로 기울지 않았다. 정치권 모두가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지 부담을 갖고 민생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박병주 경제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3. 천안시 동남구, 빅데이터 기반 야생동물 로드킬 관리체계 구축
  4. 천안도시공사, 개인정보보호 실천 캠페인 추진
  5. 천안의료원, 공공보건의료 성과보고회서'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1.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2.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3. 천안시,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시작 응원
  4. 백석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5.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 아동학대 예방 공로 충남도지사 표창 수상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