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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전경. 사진=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 |
청와대는 새 정부 로드맵에 따라 7월 말 일단 문을 닫는다. 2022년 5월 첫 개방 이후 약 3년 만의 폐쇄 수순이다. 빠르면 9월경 종합 보안 안전과 시설물 등의 점검 과정을 거친 뒤 대통령실의 심장부로 다시 거듭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정 운영을 시작할 시점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다시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중앙권력의 중심부로 돌아오는 과정이나 우려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수도권 초집중·과밀을 되레 가속화하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흐름이어서다. "수도권 몰빵 정책의 폐해를 청산하겠다", "행정수도와 5극 3특 추진(6번째 핵심 공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이 대통령의 약속과도 거리가 있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28년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 만큼, 청와대 연착륙은 불가피한 선택지로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 들어 부각된 '탈 청와대' 당위성이 사라지고 있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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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9월 대통령실이 옮겨갈 청와대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
최대 관심사는 정부세종청사로 국정 운영의 중심을 조금씩 옮겨갈 시점이 언제인가로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세종에) 제2집무실을 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에서 근무하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건 가능하다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 3년 이상은 서울 청와대 중심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같은 선상의 발언이다. 사회적 합의는 지난 달 민주당 50인 국회의원이 발의한 '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2004년)' 재소환 여부로 통한다.
문제는 이런 흐름과 입장이 앞으로 수도권 중심의 국정 운영을 더욱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핵심 권력의 중심부가 청와대에 있고, 국정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그렇다.
진정성이란 단어가 최근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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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정부 당시 대통령 임시 집무실로 설계된 12층 공간을 가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현재는 행안부가 입주해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
세종갑을 지역구로 둔 김종민 국회의원도 이 같은 문제인식을 토대로 '행정수도 조기 완성'을 위한 정책 제안에 나섰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 세종 국무회의 월 1회 정례화 ▲(청와대 입주 시점에 맞춰) 서울(청와대)-세종(세종청사 중앙동) 대통령 집무실 동시 운영 ▲서울(대한민국 상징 수도)+세종시(행정수도) 양경제 검토 등 모두 3가지 요구안을 국정기획위에 제출했다.
국정기획위와 이재명 대통령이 이 카드를 받을지는 미지수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은 남겨져 있다.
진짜 행정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취임 후 78일 만인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를 처음 가진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8월 9일에다 2024년 3월 온라인 영상 국무회의까지 총 3번의 '세종 국무회의'에 그쳤다. 나머지 57회는 모두 용산에서 집무했다. '세종청사 격주 국무회의 개최'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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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편 부지가 국회 세종의사당, 오른쪽 원수산 아래 부지가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 사진=이희택 기자. |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용산과 청와대를 벗어나 44개 중앙행정기관이 있는 세종청사 중심의 국정 운영 체계를 강화해야 국가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수도권 일극 중심의 병폐가 서서히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청와대 입주와 동시에 대한민국 인구의 또 다른 절반인 지방으로 시선을 옮겨가 주길 바란다. 세종청사 국무회의 이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주일 간 세종청사 근무를 자임한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도 주목된다. 예고했던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방문 취소는 아쉬운 대목이다.
전임 한덕수 총리는 세종청사에서 영상회의(20회) 외에는 대면 보고를 단 한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총리도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된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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