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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중도일보 DB |
관리비 연체로 지난 5월 긴급생계 지원금을 신청해 급한 불은 껐으나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었고 이웃, 가족 간 왕래도 없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14일 대전서부경찰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서구의 한 아파트 가정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자 A(60·여)씨, B(38)씨는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관리비를 체납해 단전·단수 독촉장이 날아왔을 정도로 상당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는 자가였고 이들만 거주했다. 평소 지병이나 장애는 없었고 모두 무직 상태였으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어려움에 지난 5월 7일에 A씨는 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지자체에서 3개월간 저소득 위기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생계 지원금'을 신청했다. 이후 같은 달 9일에 한 달 치인 120만 원을 받았고 6월 초와 7월 초에도 지원금 지급이 이뤄졌다. 긴급복지 지원금 신청 당시 동에서 기초생활수급 의사를 물었으나, A씨는 "아들이 구직활동 중"이라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확인 결과 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긴급복지 지원금을 신청했는데, 어떠한 이유로 올해 초부터 가계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 됐던 것으로 짐작된다.
A씨는 다음 달인 6월 초에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금액으로 밀렸던 관리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와 폐쇄회로(CC)TV 자료를 살펴봤을 때 이들이 6월 중순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엄청난 채무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수천만 원의 카드빚 등 막대한 채무로 6월 중순께 아파트 가압류에, 집 매매 가격에 버금가는 근저당이 잡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이 둘의 시신은 지난 7월 9일 오후 4시께 관리소 직원이 순찰 도중 해당 세대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인기척이 없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로 해당 세대의 주변 집들 역시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인 데다, 병원에 오래 입원 중인 주민이 거주해 이웃 간 소통도 없어 주변인들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관리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경찰의 시신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집에 외부인 침입도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20여 일간 가족의 왕래도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생활수급과 달리 긴급복지 생계지원은 규정상 '선 지급, 후 조사'다. 지원받는 3개월간 지자체에서 가정 방문을 하거나 소비 내역 확인 등은 하지 않다 보니 동에서도 사망 사실을 알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 진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가 복도식이고 해당 세대가 꼭대기 층이다 보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주민들이 냄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거나, 바깥에서 나는 냄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라며 "관리사무소에서도 아파트 전체 세대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시신 발견 당시 날이 엄청 덥다 보니 부패에 악취도 심했고 이후에 이 집이 빚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는데, 언제 발견된 것을 떠나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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