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내가 본 중국의 링링허후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내가 본 중국의 링링허후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4-12-29 17:09
  • 신문게재 2024-12-30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김덕균 소장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에 유일하게 'No'라고 말하는 나라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닐 때는 불필요한 의욕을 앞세우지 않았다. 과거 전통사회의 화려하고 웅장했던 기억도 드러내지 않았다.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니라는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80년대 빛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은 인내하는 중국인을 만들었다. 한동안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은 피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급성장하며 급기야 세계무대의 정상에 섰다. 90년대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의 전환이다.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며, 때로는 '평화로운 굴기'를 말하고, 때로는 강하게 압박하는 '돌돌핍인'을 말했다. 의견이 다르면 나중을 기약하자는 강자의 여유도 보였다. 같음을 추구하고 다름으로 다투지 말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외교정책이다.

21세기 들어서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내세웠다. 화해와 화합이 중요한 것이지 꼭 같을 필요는 없다는 '논어'의 내용이다. 동시에 세계를 하나의 띠로 만들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거대한 프로젝트도 나왔다. 동서를 하나로 연결한 당나라의 실크로드를 회상하며 엮어낸 21세기 신실크로드 작업이다.

그런 가운데 자라나는 세대의 일상적인 모습도 달라졌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각 시대마다 태어난 이들의 성향이 달랐던 것이다. 80년대 '도광양회'의 시대에 태어난 빠링허우, 90년대 '할 말은 하고 살자' 시대의 지우링허우, 그리고 2천년대 인터넷과 모바일에 능숙한 일명 '디지털원주민' 세대인 링링허후가 그들이다. 각기 다른 방법과 내용으로 시대를 풍미하기에 나온 이름들이다.



빠링허우, 지우링허우 세대는 하나만 낳던 시절 이야기다. 일명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로 자란 이들은 가정의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아낌없이 받는 것에 익숙한 그들은 씀씀이도 컸다. 소비가 필수인 시장 경제 활성화에 이들의 역할이 컸음을 말한다. 그리고 디지털혁명으로 완전히 사회구조가 바뀐 환경에서 링링허우세대가 나왔다. 부족함이 없는 온갖 풍족함을 누리는 세대의 등장이다. 아이도 둘 이상 낳을 수 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해외여행은 물론 각종 경험을 하며, 다양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갖춘 세대다.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위해 주말 장거리 항공여행도 불사한다. 현재 대학교 재학 중인 아이들이야기다.

중국 대학의 특징은 거의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있다. 교육과 생활은 철저한 공동체생활에 기반한다. 하지만 같은 공동체생활이라도 8,90년대 학생들과 링링허우는 많이 다르다. 8,90년대 학생들은 같은 교실, 같은 교과서, 같은 커리큘럼으로 공부했다. 학생 간 개인적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학생들의 학습 진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링링허우는 이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관심분야도 공부내용도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르다. 8,90년대 기준으로 요즘 학생들을 평면 비교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아이돌 음악이 나오면 몸이 저절로 반응하며 떼창으로 대응한다. 수줍어하며 빼는 아이도 없다. 개인주의 성향 속 그들만의 공동체문화의 자연스런 표현이다.

링링허우, 젓가락보다는 포크를, 뜨거운 차보다는 아이스커피를 찾는 전과 다른 세대이지만, 공동체생활 속 배려와 존중의 기본예절만은 전과 같다. 혹시 왕따가 있다면 어떻게 하는가를 물었다. 왕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칙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이를 존중하는 풍토라도 공동체생활에 따른 엄한 규칙과 규율은 예나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거기에 다양한 체육활동은 공동체생활에 따른 무료함을 달래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체육과목이 필수이고, 과외활동으로 진행되는 각종 경기대회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폭제가 된다. 21세기 우리와 함께 가야할 중국의 링링허우세대 이야기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5.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1.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2.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