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충무공이 남긴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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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충무공이 남긴 사자성어

이재운/자연소리창작원장

  • 승인 2025-01-23 17: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597년 충무공이 백의종군 때 경남 합천군 율곡면 모여곡(현 제내리 매실마을)에 있을 때 농부에게 수박을 받고 쓴 정유일기에 이순신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 있어 소개해 본다. 이순신이 노량으로 떠나기 이틀 전 1597년 7월 16일 오후 늦게 변의정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순신을 찾아왔다. 외딴 두메에 사는 변의정은 수박이 밭에서 잘 익기를 기다렸다가 그중에서 제일 잘 익은 것을 따서 망태에 담아 어깨에 메고 삼십 리가 되는 산길을 땀을 흘리며 걸어왔다.

이순신이 모여곡에서 백의종군할 때, 이덕필과 신준 등 많은 사람들이 귀한 음식과 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왔지만, 만난 인물에 대한 느낀 감정을 쓴 것은 변의정 한 사람이다. 왜 변의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자기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이순신에게 수박을 주려고 먼 길을 왔을까?

그것은 변의정이 이순신을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피난을 갔지만 통제사 이순신은 왜군에 맞서 싸워 백성을 지켰다.

의금부 감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백의종군하고 있는 이순신은 변의정에게 삶의 희망이었다.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믿음은 사람을 이어주는 끈과 같다.



공자는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수레와 소는 각각 별개의 몸체이다. 수레가 나가려면 수레와 소를 연결해 주는 멍에가 있어야 한다. 멍에가 없으면 수레는 갈 수 없다.

멍에로 수레와 소를 단단히 연결해야 소가 가면 수레도 따라서 가게 되는 것이다. 나와 타인은 각각 두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 없으면 맺어질 수 없으며 그가 옳은지 그른지 알지 못한다.

믿음은 인간의 자발적인 의지의 결단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믿음을 멍에에 비교하여 말한 것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믿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도 믿음이 바탕이다. 백성들은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신의(信義)를 지키고,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변함이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믿는다. 그들은 '이순신이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걸 믿었다.

이순신은 변의정을 "어리석고 용렬하다. 두메에 박혀 사는 사람이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지만 소박한 태도"라고 하였다.

먼 산골에서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무학자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순신은, 수박 두 덩이를 갖고 와 경의를 표하는 변의정을 보고,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살지만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며 보람있게 살아가는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변의정에게는 늙으신 부모와 사랑하는 처자식이 있었다.

수박은 단순한 과일이 아닌 한집안 식구들의 정성이었다. 변의정의 마음은 자기가 믿는 이순신의 억울한 옥고와 어머님 상을 당한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자기를 알아주고 믿어준 변의정에게 큰 위안을 받았으므로, 변의정을 보고, 자신이 겪고 있는 고난을 생각하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래서 일기에는 "불학수빈(不學守貧)"이라고 썼다. 불학수빈은 "배우지 못했지만 가난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기의 뜻을 지키며 산다"는 뜻으로 변의정을 칭찬한 사자성어이다.

불학수빈의 수(守)는 자기의 길(道)을 바꾸지 않고 '지킨다'는 뜻이다.

필자는 변의정의 후손들을 찾으려 초계변씨 대종회와 족보를 확인해 보았으나 후손들이 대가 끊기어 경의를 표할 수가 없어 몹시 아쉬워했다.

이재운/자연소리창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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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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