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국가균형발전이 실패한 이유

  • 정치/행정
  • 대전

[세상보기]국가균형발전이 실패한 이유

  • 승인 2025-03-13 17:15
  • 신문게재 2025-03-14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성낙문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필자가 중도일보 기고문(2025년 1월 31일자)에 기술한 바와 같이 대통령이 4번 바뀌는 짧은 기간 동안 약 230만명의 인구가 추가로 비좁은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 총인구의 51%, 청년인구의 70%, ICT 종사자의 85%가 수도권에 거주할 정도이니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가균형발전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은 국가를 균형있게 발전시킬 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계획은 실천의 원동력이다.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이란 게 있다. 향후 20년간 국가의 도로, 철도, 항공 등 핵심 교통망의 건설 및 유지관리에 관한 계획이다. 이 계획은 5년마다 수정·보완 된다. 또한 이를 토대로 국가철도망계획 등 하위 계획이 상세하게 수립되어 집행된다. 우리나라의 교통망 체계가 다른 경쟁 국가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득한 얘기 같지만 1990년대 교통사고로 연간 약 1만3000명에 사망했고, 10만명이 영구장애를 입었다. 사상자도 엄청났지만 OECD 최하위 수준이라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맨 먼저 한 것이 '국가교통안전계획'의 수립이었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각종 안전정책을 발굴, 계획에 반영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정부는 20~30년간 흔들림 없이 안전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23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0년대의 20% 수준인 2551명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외국의 전문가들조차 그 성과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중·장기적인 목표와 추진해야 할 사업을 갖춘 종합적인 국가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하고 분개하면서도 이를 타개할 '중·장기적인 종합계획' 이란 게 없다. 계획이 없으므로 달성할 목표가 없고 흔들림없이 꾸준히 추진할 전략이나 사업도 없다. 선거에서 후보가 표를 얻기 위해 내지른 공약이 대단한 정책 인량 논의되다 정권이 바뀌면 추진력을 잃고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표류하기 십상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추진할 추진조직의 허약함도 큰 문제이다. '균형발전위원회'라는게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위원회는 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장관급이라 하나 장관보다 훨씬 못한 권한에 정치적인 위상도 낮다. 고도의 전문성과 추진력 및 행정력을 갖춘 인사가 조직을 이끌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직의 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이라 조직에 대한 애착도 업무에 대한 실천의지도 크지 않다. 잠시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균형발전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 경험도 쌓이지 않는다. 추진조직이 허약하니 중앙정부 간 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정책조율에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 층수 논란이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에 위치한 은마 아파트, 압구정동 아파트를 49층으로 허용한다는 서울시의 결정이 있었다. 아파트를 현재의 10~15층에서 49층 고층아파트로 재개발하면 당장은 인근의 수도권 거주자가 그 아파트를 채우겠지만 그 수도권의 빈자리는 결국 지방인구로 채워져 지방의 인구유출로 이어진다. 이것이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지방소멸의 본질이다. 한쪽에서는 수도권 과밀을 부축이고 다른 쪽에서는 지방소멸대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러한 정책의 엇박자는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추진조직의 허약함에서 생긴 문제이다.

국가균형발전은 나라의 틀을 바꾸는 아주 커다란 과제이다. 중·장기적인 종합적인 계획과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강력한 조직 없이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반복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2.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