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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이렇게 저마다 더위를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만, 실제로 여름철 더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 62개 관측지점에 대한 평균 폭염일수는 2022년 10.6일, 2023년 14.2일, 2024년 30.0일을 기록하며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질병관리청에서 집계한 전국의 온열질환자 발생 수 역시 2022년 1564명, 2023년 2818명, 2024년 3704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폭염(暴炎)'의 '폭' 자가 사납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만큼, 폭염은 단순히 덥기만 한 날씨를 뜻하지 않는다. 폭염이 발생하면 고령층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농작물은 햇볕에 탈 수 있으며, 가축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심, 농촌, 실내와 실외, 청년층과 노년층, 산업현장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청에서는 '앞으로 기온이 몇 도까지 오르겠습니다.'와 같이 수치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실제 피해 가능성과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폭염 영향예보는 보건(일반인·산업근로자), 보건(취약계층), 농업, 축산업, 수산업, 기타 등 총 6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향후 2일간 폭염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따른 위험 정도를 '관심-주의-경고-위험'의 4단계로 구분해 단계마다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함께 제공한다. 단순히 덥다거나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실용적인 기상정보이다.
이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유익한 정보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폭염에 취약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정보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노인지원센터 등과 협력하에 '스마트마을방송시스템'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을 통해 행동 요령을 음성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함께 고온에 취약한 건설 현장 근로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 중이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영향예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국어 소책자와 웹 콘텐츠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올여름에는 국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신청자가 기상청을 통해 직접 SNS 앱 메시지로 폭염에 대한 예상 정보와 구어체로 된 알기 쉬운 행동 요령을 받고, 이 정보를 가족과 이웃들에게 공유하며 서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다. 이를 통해 일상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여 더욱 신뢰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위험기상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자이자 정책 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여름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계절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준비한다면 위험 요소들을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기예보는 볼 때보다 활용할 때 의미가 생긴다. 일상에서 폭염 영향예보 등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이를 생활에서 활용해, 모두가 함께 안전한 여름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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