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서포 김만중 가문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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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서포 김만중 가문의 자랑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5-05-28 16:48
  • 수정 2025-05-29 11: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5년 5월 26일(월), 음력 4월 30일은 구운몽의 저자 김만중이 서거한지 333년이 되는 해이다.

이날 대전 동구 중도한약방 3층에서 광산김씨 초헌관을 맡은 종손 김성순을 중심으로 광산김씨 후손들 43 명이 모여, 333년째 불천위 기제사를 올렸다.



불천위(不遷位)란 국가에 큰 공이 있거나 학덕이 높은 학자를 나라에서 정하여 4대 봉사 후 신주를 조매(?埋)하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는데, 불천위를 두는 사당을 부조묘(不?廟)라 부르며, 이를 불천지위(不遷之位)라고도 한다.

'불천위'에는 나라에서 정한 국불천위(國不遷位)와 지역 유림들이 옹립한 향불천위(鄕不遷位), 문중에서 지정한 사불천위(私不遷位)가 있다. 국불천위는 유림불천위나 사불천위보다 더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되며, 바로 광산김씨 불천위는 나라에서 정해준 '국불천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김만중
초헌관을 맡은 김성순 씨가 잔을 올리고 있는 모습
광산김씨 후손들은 자신들의 가문에 다섯 가지 자랑이 있다고 하는데, 첫째는 김장생 김집 부자의 문묘배향이 그것이다.

문묘는 공자를 모신 사당으로 태조 7년에 건립되어 오늘에 이른 성균관 대성전을 지칭하는 말이다.

김장생 선생이 문묘 배향된 후 아들 김집이 문묘에 배향되는 경사가 생겼다. 이 같은 경사는 김장생 부자가 이룬 '인품, 학문, 덕행'의 산물로 평가 됐다.

둘째, 7인의 대제학을 배출한 가문이다.

조선의 대제학은 오늘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지위에다 서울대학교 총장의 명예를 보태고 그 위에 국무총리의 관록을 얹어 놓을 정도의 영광스런 자리다.

이와 같은 광영의 자리에 오른 7명의 대제학을 배출한 가문은 조선후기 문벌을 통틀어 김장생 가문이 으뜸이다.

셋째, 4대 5불천위, 정려 7명, 종묘배향 2명, 공신 2명, 3대 문과장원(전체로는 사계 6인, 월사 5인)등을 배출한 가문이 그것이다. 상신과 문과 급제 숫자에서는 순위가 하위이지만 불천위, 정려, 종묘배향 등 값지고 명예로운 분야서는 사계가문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 왕후를 배출한 가문이다.

인경왕후의 아버지 김만기가 부원군으로 책봉되고 대제학과 병조판서를 거쳐 상신에 보사공신 1등 공신으로 훈봉 되신 후 불천위가 되었다. 왕후의 삼촌 김만중도 효행과 덕망이 높은 학자로서 대제학에 오르게 됐으며 종묘에 배향되는 영광에 이어 정려를 하사 받았다.

김만기의 장자 김진구는 형조판서를 거쳐 대제학에 오른 후 예조판서에 오른다. 게다가 왕후의 조카 김양택과 김춘택 둘 다 불천위의 은전을 받았으며, 왕후의 종손자 김양택은 영의정에 대제학을, 왕후의 백부 김익희는 대제학에 이조판서를, 왕후의 숙부 김익훈은 장신에 보사공신 2등공신이다.

다섯째, 김장생은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맹자는 기쁨이 있다면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것이라 했다. 그 기쁨을 누린 이가 김장생 선생이다. 그의 제자들은 뛰어나고 화려하기로 조선조에 으뜸이다.

조선조 문중사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 있는데, 이 기록은 한양의 권문세가들이 누렸던 영광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한양문벌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경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협의의 의미로 보면 광산김씨의 영광이요 자랑이라 할 것이나, 이를 넓은 의미로 보면, 조선의 유교사회가 낳은 왕도정치의 치적으로 높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불천위날을 맞은 서포 김만중은 1637년(인조 14) 3월 6일, 출생하여 1692년(숙종 18) 6월 14일(향년 55세), 로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에 있는 작은 섬인 노도에서 별세하였다. 이곳은 서포 김만중이 두 번째 유배생활을 하며 사씨남정기 등의 소설을 쓰고, 사망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남해군에서는 노도를 김만중과 관련한 것으로 꾸며놨고, 광산김씨 후손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명소로 알려진 섬이다.

김만중의 집안은 조선의 명문가였다. 그의 본관은 광산, 자는 중숙(重叔), 호는 서포(西浦)다. 예학의 대가인 김장생(金長生)의 증손자이자, 신독재 김집(金集)의 동생인 김반(金槃, 1580~1640)의 손자다. 아버지 익겸(益謙, 1614~1637)은 강개한 사내였다. 만중이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유복자로 태어난 것은 아버지 익겸의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서였다. 익겸은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 윤 부인과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갔다. 하지만 1월 22일 강화도가 적의 수중에 넘어가자 김상용(金尙容, 1561~1637)과 함께 강화도 남문에 올라 화약고에 불을 지르고 태연히 앉아 폭사했다. 익겸의 나이 겨우 스물세 살이었다.

김만중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강한 삶은 이러한 집안 내력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만중은 1665년(현종 6)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이듬해 정언 · 부수찬이 되고 헌납 · 사서 등을 거쳤다. 1679년(숙종 5)에 다시 등용되어 대제학 · 대사헌에 이르렀으나, 1687년(숙종 13) 경연에서 희빈 장 씨라 불리는 장 숙의(張淑儀) 일가를 둘러싼 일들로 인해 선천에 유배되었다.

그가 지은 구운몽을 아는 사람들은 김만중을 가르켜 '모정국문(母情國文)'이라 일컫는다. 풀이하자면 어머니에 대한 정과 국문인 한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 붙여진 별칭일 것이다.

이처럼 서포 김만중은 내로라하는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 그 후손들로 하여금 불천위 제향을 받고있는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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