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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일단 긍정적인 측면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역사적으로 본다면, 평등과 다양성의 존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귀족이 주도권을 행사하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나라'의 나라였기 때문에 평등과 다양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미국을 철학적 차원에서 관찰한 최진석 교수는 처음 미국인들은 독일의 '관념론적 시각'을 가졌으나, 남북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인이 갖는 '새로운 철학', 즉 '실용주의'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념적인 것을 반대하고 실용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은 최근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주장하는 학계와 언론계의 지적이 아주 많습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저서에서 트럼프의 포퓰리즘, 극우주의를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주요 사례로 다룹니다. 그들은 트럼프가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하고(부정 선거), 극우 단체에 동조하거나 폭력을 방조하는 모습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규범 파괴자'의 전형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도 이민 혐오, 인종차별 발언, 극우 단체와의 유착 등 극우적 정치 수사를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꾸준히 보도하고 있지요. 특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선거의 정당성 부정'이라는 극단적 전략이 미국의 정치 문화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합니다. 국가의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등 연구 기관들도 트럼프의 극우성향과 '강력한 리더' 이미지가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권력분립, 언론자유, 법치주의를 위협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위에서 제기한 '민주주의' 또는 '제국주의'라는 두 전통은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특별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고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하는 이중성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국가이자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위에서 얘기한 대로 이중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스스로 그 영향력과 모순에 대한 비판적 자정 노력을 해야 하며 동시에 민주주의 긍정적 유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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