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4. 종교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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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24. 종교와 정치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6-1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종교는 우리를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종교는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하지요. 그러나 종교를 만나서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막상 그들' 행동을 살펴보면 그 효과는 더욱 미미한 것 같습니다.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교수는 최근의 저서 <생각의 역사'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은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종교가 우리 행동을 우리가 바라는 만큼 변화시키지는 않더라도 우리 생각에는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종교, 특히 기독교와 국가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본다면, 로마제국의 초기 기독교는 박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4세기경부터 이른바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죠. 따라서 국가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빌려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했고, 교회는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그 후 중세에는 '황제권'과 '교황권'의 다툼이 있었고,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국가와 교회는 협력과 대립을 반복하면서 종교개혁에까지 이어졌지요. 근대에 와서, 특히 미국의 헌법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政敎)분리 원칙이 확립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국가는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종교에 간섭하지 않고 종교도 국가정책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개인의 가치관, 윤리, 투표 행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정치 역시 종교적 상징과 이념을 활용하거나 종교계의 지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체로 정교분리 원칙이 지켜지면서도 국가마다 주요 갈등 요인은 존재합니다. 특히 생명윤리와 사회정책 이슈에서 두드러집니다. 낙태, 안락사, 성소수자 권리, 동성혼, 피임 정책 등은 교회가 강하게 반대하거나 개입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종교적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립학교에서 기도, 창조론 교육, 종교 상징물 설치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지요. 미국에서는 '하나님의 이름 아래'라는 표현의 사용 여부로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정교분리 원칙이 제도적으로 정립되어 있지만 종교의 도덕적 권위와 정치의 공적 결정 사이에는 계속 마찰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의 정치 참여와 선거 개입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일부 개신교 대형 교회 지도자들이 선거철마다 특정 정당 또는 후보를 지지하거나 이념적 발언을 하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찍으면 지옥 간다'라는 식의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도 있지요.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들의 이와 같은 발언은 공직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헌법상 정교분리 국가이지만 여전히 정치와 종교가 경계를 넘나들며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정교의 갈등은 '종교의 정치 개입', '정치인의 종교 활용', 그리고 '종교적 가치와 세속적 가치의 충돌'에서 비롯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헌법 조항을 실제 정책과 법 집행에 일관되게 반영해야 합니다. 또한 종교인의 정치 참여는 개인 자격으로 이뤄져야 하며 종교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동시에 제도, 종교계 자정 노력, 시민사회 교육, 언론 역할이 유기적으로 병행해야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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