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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국가적으로 볼 때 국립한밭대학교는 정부의 공업 교육정책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였습니다. 6·25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난 한국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가 형성 과정에서 근대화 사업이 진행되었고 거기에는 많은 산업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정부는 종합적으로 대처했지만, 서울의 경기공고가 경기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 오늘의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되었고 부산의 부산공고는 부산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 오늘의 부경대학교가 되었습니다. 대전공고도 대전공전과 산업대학을 거쳐서 종합대학인 국립한밭대학교로 발전한 것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와 발전을 이들 공업 인력이 주도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볼 때도 '산업 협력'과 '실사구시'적 교육 방침으로 배출한 인재들이 대전의 도시계획, 도로, 공원, 건축, 디자인 분야에 많이 투입되어 대전의 하드웨어 부분을 상당 부분 담당하였습니다. 과거에는 대전시청 공무원도 국·과장을 포함, 기술직의 30% 정도가 한밭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대전의 다른 많은 대학이 대전의 소프트웨어 부분에 많은 인재가 투입되었다면 도시형성 부분에는 한밭대학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100년이라는 세월을 일단 마감하게 되었고, 새로운 100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100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100점은 만점을 가리키고, 100%는 완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100이라는 숫자는 완벽과 목표 달성이라는 의미를 가졌지요. 100세는 인간이 목표로 하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고, '100일 잔치'는 영아에서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100이라는 숫자와 관련하여 단군신화를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군신화에는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면서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빌었다고 합니다. 이에 환웅은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지요. 그런데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을 버틴 곰은 용맹을 대표하는 호랑이를 제치고 인간으로 환생했다는 것입니다. 인내의 시간을 100일로 설정했다는 것에서, 또한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새길 수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The Hundred'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합니다. 당연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100이라는 숫자는 완전함, 충만함, 전통의 축적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 기억의 응축이며 한 사회가 전승하는 가치의 총합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The Hundred'는 질서, 기억,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복합적 의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국립한밭대학교는 2년 동안 100년 동안의 의미를 더 충실히 탐색하여, 향후 전승할 가치를 발견하는 데 주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나온 100년, 나라와 함께 온갖 고난을 이겨내어 오늘 우뚝 선 것처럼, 다가올 100년,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는 여정도 한밭대학교가 함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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