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연령자에 대한 계약의 금지를 규정한 상법 제732조에는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다. 자유로운 의사에 기인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다. 하지만 예고 없이 발생하는 사회재난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숨진 경우엔 보험 보상을 적용해야 타당하다. 태풍 힌남노나 제주항공 참사에서 익히 겪은 일이다. 현재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관련 보험과 보조를 맞춰가야 할 명분도 있다.
같은 취지의 법안이 또 선보였다. 논산시장 시절 시민안전보험 시행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27일 대표 발의했다. 대상 범위가 약간씩 다른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전에 복수로 발의됐었다. 불시에 찾아드는 재난으로부터 취약한 구성원들이 보편적 가치 면에서 적용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어느 것이나 범죄 악용을 원천 차단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라는 전제가 따른다. 모럴 해저드가 의심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사망보험 지급 제한의 윤리적·사회적 이유 역시 여전히 중시해야 할 가치다.
현행 '15세'는 오래전 미성년자인 공장근로자들을 위해 18세에서 낮춘 것이다. 다시 이 규정을 손질할 합목적성이 무르익었다. 미성년자 보호 조항에 걸려 미성년자가 제외된다면 모순이다. 법리 이전에 사리에 어긋난다. 이태원 사고 때도 이 문제는 반짝 주목받다가 사라졌다. 지자체나 학교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 체험학습 보험 등에 대해서는 재난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까지 지녀야 합리적이다. 단체활동, 감염병, 천재지변에서의 보상 범위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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