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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헌 변호사 |
귀가 얇은 나는 용기를 내어 사법시험 1차 시험을 3∼4개월 남기고 부모님 몰래 다시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 결정이었으나 나름 최선을 다하여 그 해 1차를, 그 다음 해에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하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운이라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의 중요성을 실감하다가 말년에는 결국 '돌아보면 모든 것이 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잘 살게 된 것도, 뜻하지 않은 어려움도, 운의 흐름 속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운이 좋다'고 믿는 사람과 '나는 운이 나쁘다'고 믿는 사람의 차이가 보인다. 운이 좋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은 주저하며 남 탓만 한다. 결국 운에 대한 인식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하여도 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 사회의 도움으로 성공하였다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고 그에 따라 사회를 위하여 공헌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라고 감사히 생각하면서 자기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하루 하루 충실히 살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다시 비약할 길을 찾을 것이다.
이와 달리 '나는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해 교만해지고 잘난척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패하면 나는 성실하고 능력도 있는데 동업자나 거래처의 잘못으로 또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내가 이모양 이꼴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자기 잘못을 고칠 기회를 잃고 더더욱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갑질이 문제되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 있다. 운을 믿는 사람은 사람을 쉽게 폄하하지 않고, 갑질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팔자는 시간문제여서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성공할지, 나도 언제 어디서 위난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주팔자를 믿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측면은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이는 타고난 소명이 있고, 그의 삶의 흐름은 때마다 달라지며, 누구든 '반전'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의 흐름을 알면 자신이 잘 나갈 때 갑질이 아니라 더욱 겸손한 자세로 덕을 베풀 것이다. 그러면 좋은 운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고, 좋은 운이 다하여 나쁜 운이 올 때에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이 힘들고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과거의 내가 교만하지 않았는지, 시대에 뒤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면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생기지 않을까.
운명이나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최악의 불경기라고 난리이다. 나는 오늘도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나는 운이 참 좋다'라는 말을 되뇌이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한다. 곧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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