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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부서 전경 |
피의자가 검거 직전 음독을 시도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건강 상태가 악화 되면서 최대 한 달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경찰은 감시 경력을 투입한 후 상황을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 7월 31일 경찰은 검찰과 논의 끝에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남성 A씨를 석방 조치한 뒤 곧바로 체포영장을 재신청해 발부받았다. 긴급체포 영장 집행 후 48시간 이내 피의자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하지만, A씨의 몸 상태가 악화 되면서 시한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음독을 시도한 피의자는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있다.
병원 의료진은 A씨 상태가 호전돼 정상적인 조사를 받을 수 있기까지 보름에서 한 달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화 될 것을 감안한 경찰은 처리 유효기간이 넉넉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직후 도주 3시간여 뒤 제초제를 구매했는데, 이미 범행 전에도 한차례 제초제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7월 29일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주택가에서 전 연인인 B(30대·여성)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폐쇄회로(CC)TV 자료 확보와 GPS 추적,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행방을 쫓았고 피의자는 도주 24시간 뒤 중구 산성동 일대에서 붙잡혔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피해자 빈소 방문과 음독 시도 뒤 구토 행위가 눈에 띄어 시민 신고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검거 직후 A씨에게 범행동기를 묻자 "나를 무시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계획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피의자는 범행 전날 지역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했고, 피해자 명의로 도주에 쓸 렌터카까지 대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미리 준비한 렌터카를 타고 도망친 A씨는 중간에 피해자가 평소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로 갈아탄 뒤 다시 렌터카를 빌렸다. 이 과정에서 대전 지역을 벗어나기도 했다.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한 경찰은 A씨가 도주 중 막걸리를 마시고 음주운전을 한 뒤 정차하고 음독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 당일 현장에서 확보한 피의자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포렌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전 조사를 통해 A씨와 피해자가 지난해 10월까지 연인관계였으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뒤 헤어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A씨가 도주 중이었던 지난 30일 오전 피해자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선 시민 신고 내용을 토대로 피해자 유족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단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과 피의자 호전 경과를 보고 있고, 피의자 대면조사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 기간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필요 시 주변인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경찰 내부 자료인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 유출되면서 경찰은 삭제 조치와 함께 내부 자료 유포자와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유포자에 대해선 수사 기밀 유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으로 징계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일반인들도 유포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공유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경찰은 당부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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