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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돌이켜보면, 1945년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한국은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참극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역사적 질곡과 구조적 제약을 이겨내면서 자유, 평등, 우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해 온 한편, 국민 형성, 산업화, 민주화, 복지국가 진입이라는 선진국들이 지나온 여정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하게 됐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의 범주에 속하며 '코리아니즘(Koreanism)'이라는 세계적 문화 열풍을 이끄는 중이다.
이 같은 놀랄만한 발전은 국민의 노고와 희생의 기반 위에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소명과 공헌이 함께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부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유산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한국의 발전과정은 수동적 방식과 능동적 방식이 혼재돼 빠르고 역동적으로 전개됐다. 이 때문에 갈등구조가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형성돼 왔다. 즉 분단국가의 건설에 따른 남북한 간의 갈등, 자유민주주의의 변형에 따른 이념 갈등, 산업화와 권위주의체제의 유지에 따른 국가와 시민 간의 갈등, 실질적 민주주의의 한계와 복지국가의 지체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세계시간과 한국시간 간의 간격을 줄이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한국 사회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정치 사회적 갈등의 악화, '3대 국민 스트레스'(저출산·북핵·기후위기) 등과 같은 외적 요인으로 세계 행복지수 순위가 52위에 머물 정도로 국민이 내적으로 행복하지 않다. 여기에 근래 들어 1% 내외로 전망되는 잠재성장률, 관세 협상과 연계된 국방비 증액에 대한 미국의 요구, 12·3 내란세력의 무모한 저항과 그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적지 않은 국민은 새로운 정부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정치의 본령에 관해 말할 때, 시대적 가치와 과제라는 공공선(公共善)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우리 시대가 추구할 가치가 국민 행복이라고 한다면, 그 과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수준 높은 사회통합, 그리고 상생과 협치의 통합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과제는 선거를 통해 국민주권을 위임받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국정과제로 표출된다. 오늘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는 123개 국정과제를 담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행사가 지닌 의미는 이재명 정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자 다짐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중앙이건 지방이건 간에 정부의 성공은 지극히 어렵고, 시대적 과제를 용의주도하고 능수능란하게 수행할 때만 가능하다. 이는 달리 말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에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지도자는 열정과 사려 깊음을 바탕으로 한 진실, 용기, 관용, 통찰이라는 정치적 덕목을 잘 발휘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동서고금을 보면, 진실의 덕목을 지닌 지도자는 권력을 공익 수단으로 여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용기의 덕목을 지닌 지도자는 반대하는 국민을 진심으로 설득하되, 책임감을 느끼고 결정을 내린다. 관용의 덕목을 지닌 지도자는 반대세력을 억압하지 않고, 생각이 다른 국민도 받아들인다. 통찰의 덕목을 지닌 지도자는 앞날의 국익을 생각하고,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인다. 부디 '광복절 노래' 2절에 담겨 있듯이, 대한민국이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힘써 나가게 힘써 나가세"를 기원해 본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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