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수롭지 않은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양이나 색상 같은 외관은 물론 품질, 가격, 상태, 적합도, 관계 등 수없이 많은 조건이 있다. 취향이나 그 날의 감정에도 좌우된다. 만족하거나 행복감으로 이어지는 선택이란 참으로 어렵다.
집단의 통치행위도 마찬가지다. 다만 만족해야 하는 주체가 취사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인사를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최선의 선택이아니라 그저 측근으로 채운다.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기간조직마저 무너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공허한 이야기 일 수 있으나, 결정권자와 무관하거나 최소화하는 정치 또는 인사법은 없을까?
심오한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노자 도덕경의 몇 구절을 옮겨본다. 2장에는 미추, 선악, 빈부, 난이, 장단, 고저, 모든 일이 서로 상반되는 관계로 존재한다며 무위로서 일을 처리한다(無爲之事)고 말한다. 17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려진다. 백성이 다정함을 느끼고 칭송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 아래는 두려워하는 것이고, 백성이 업신여기는 것은 가장 낮은 지도자다. 신의가 부족하면 불신이 따른다. 최선의 군주는 말을 아끼고 삼가기 때문에 할일을 다하여 공이 이루어져도 백성에게 자랑하지 아니하고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25장에는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道法自然)"고 하였다. 57장엔 "내가 행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 스스로 감화되고, 내가 고요히 있는 것을 좋아하면 백성 스스로 바르게 되고, 내가 일하지 않으면 백성이 절로 풍족해 지고,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 스스로 통나무처럼 순박해진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다스리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름으로써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이상적 정치란 주장이다. 즉, 무위이치(無爲而治)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능히 다스린다는 뜻으로, 다스림이 없으면서도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는(無治而無不治) 경지이다.
청정무위(淸淨無爲)라고도 한다. 사심이 없는 깨끗함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모두 자연에 맡기고 인위적 행함이 없는 것이다. 중국 전한이 천하평정 후 개공(蓋公)이란 인재에게 백성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구하자, "국가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정무위(淸靜無爲)이며, 그렇게 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안정된다." 답 한 것으로 사마천의 <사기>에 전한다.
<논어> 위령공편에도 "순리대로 다스린 사람(無爲而治者)은 순임금뿐이다. 무슨 일을 하였을까, 몸을 공손히 하여 임금 자리에 계실 따름이었다." 행함이 없다는 것은 순리에 따른다는 의미다. 세상과 다툼이 없는 경지이다.
무위라 함은 아무것도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지켜보는 것이다. 자연이 저마다 이치에 맞게 움직인다면, 사회에는 기간조직이란 시스템이 있다. 이치에 밝은 우수한 인재가 매사 책임지고 알아서 잘 해낸다. 정치인의 역할이 없다거나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치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연을 이기려는 데서 불행이 시작된다.
권력자가 군림하려 하며, 자연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독식하려 하기 때문에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더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자에게 일을 맡기면 혼란만 가중될 것은 불문가지다. 기간 조직 외의 임명직일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할 줄 알아야 하며, 경건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완성할 열정이 있어야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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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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