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단풍, 자연이 보내는 계절의 메시지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단풍, 자연이 보내는 계절의 메시지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5-09-09 15:45
  • 신문게재 2025-09-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붙임 3] 기고문_이미선 기상청장 사진 (1)
이미선 기상청장
'색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계절' 하면 어느 계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파란 하늘 아래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지 싶다. 시대를 풍미한 화가들도 가을의 색채는 놓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여러 화가가 가을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남겼는데, 클로드 모네는 센강을 따라 이어지는 주황빛 단풍을 특유의 감각으로 <아르장퇴유의 가을>에 담았고, 폴 고갱은 작품 <아를의 알샹프 레인>에 낙엽의 정취를 대담한 붉은 터치로 표현했다. 화가들이 담아낸 가을은 낭만을 넘어, 빛과 시간, 생명과 변화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단풍은 그림처럼 멈춰 있는 순간이 아닌 '과정'이다. 나무는 가을이 되면 광합성을 담당하던 엽록소를 서서히 분해한다. 그 아래에 가려져 있던 노란 카로티노이드가 드러나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면 붉은 안토시아닌이 생성된다. 이는 잎을 붉게 만들며, 단순히 색을 내는 역할을 넘어 자외선 차단, 활성산소 제거, 해충 방지 등 나무의 생존에 기여한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북쪽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어 점차 남쪽으로 내려간다. 즉,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계선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으로, 회전축이 기울어져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차이가 발생하고 온도 차이까지 만들어 낸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여름에는 태양이 높고, 겨울에는 태양이 낮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단풍이 물드는 시기는 기온, 일조, 강수량 등 여러 요인의 정교한 조합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일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은 단풍의 시작을 당기는 중요한 신호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단풍이 시작되는 시기가 불규칙해졌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경향 속에서도, 환절기의 큰 일교차 때문에 예상보다 빨라지는 사례도 보인다. 이러한 변동성은 예측을 어렵게 만들기에, 체계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기상청은 매년 전국 21개 산의 단풍 시작일과 절정일을 관측해 '유명산 단풍현황'을 제공하고 있다. 첫 단풍은 산 정상으로부터 약 20%가 물들었을 때, 절정은 약 80%가 물든 상태를 뜻한다. 평년(1991~2020) 기준 단풍 절정일은 오대산이 10월 15일로 가장 빠르다. 설악산은 10월 17일, 지리산은 10월 23일, 북한산과 한라산은 10월 28일이며, 무등산과 내장산은 11월 4일, 두륜산은 11월 10일로 가장 늦다.

단풍현황을 참고하면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초에 오대산을 찾는다면 첫 단풍 직후이므로 정상 부근에서 짙은 단풍을, 하산길에서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반면 11월 초에 내장산을 방문하면 어디에서나 붉게 물든 장관을 볼 수 있다. 다만 변동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시기는 그해 제공되는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산악기상 정보 확인도 중요하다. 기상청 날씨누리에는 전국 주요 산의 산악날씨가 제공된다. 이를 통해 산의 기온, 강수 확률, 바람 세기, 체감온도 등을 미리 확인하면 날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가을 산은 낮에는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에, 방풍복과 여벌의 겉옷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에서는 체온 유지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새벽 산행이나 장시간 체류 시에는 보온 대책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산은 평지보다 기온 하강 속도가 빠르고, 새벽이나 아침에는 기온이 이슬점에 도달해 안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개의 미세한 물방울이 바위 표면이나 낙엽, 흙 등에 붙어 수막을 형성해 미끄러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실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 단풍은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온과 일조, 강수 패턴, 이상기후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자연의 보고서다. 붉게 물든 산속을 걷는 일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동시에 지구가 보내는 계절의 메시지를 읽는 행위이다. 올가을,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공기를 만끽하며, 단풍이 들려주는 기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이미선 기상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수입산을 한돈으로 속여 홈쇼핑 판매 농업회사 대표 '징역형'
  2. 신탄진공장 사망사고 한솔제지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송치
  3. 두쫀쿠로 헌혈 늘었지만… 여전한 수급 불안정 우려
  4. 대전권 사립대 2~3%대 등록금 인상 결정… 2년 연속 인상 단행
  5. 한국노총 전국 건설·기계일반노동조합 2차 정기대의원대회 개최
  1.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2. 2026년 과기정통부 기후·환경 R&D 예산 75% 증가… 연구재단 29일 설명회
  3. 인미동, 대전.충남통합 속 지방의회 역할 모색… "주민 삶과 민주적 절차 중요"
  4.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성취율 폐지·생기부 기재 축소… 교원 3단체 "형식적 보완 그쳐"
  5.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헤드라인 뉴스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정부 올해 첫 부동산 공급 대책… 지방은 또 빠져
정부 올해 첫 부동산 공급 대책… 지방은 또 빠져

정부의 올해 첫 부동산 공급 대책이 수도권에만 집중되면서 지방은 빠졌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면서 네 번째 발표된 부동산 대책인지만, 지방을 위한 방안은 단 한 차례도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지방을 위한 부동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 총 487만㎡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주요 대상으로 양질의 주택 약 6만 세대를 신속히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3..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