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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중등 교육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 교육활동의 도구인 교과서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AI 디지털교과서(AIDT)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구체화 되었다. 교육부는 2021년 '디지털 뉴딜'과 2022년 '디지털 교육혁신 추진방안'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미래교육을 변화시킬 핵심 도구로 정하였다. 당시 정부는 2025년부터 국어·영어·수학 교과를 시작으로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고 이후 전 과목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교육부가 밝힌 디지털 교과서 도입 취지는,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교수·학습 방식을 혁신하며, 교육 격차를 줄이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요약된다. 교육적 취지는 공감한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책임져주는 유일한 방법이 미래 시대에 적합한 역량을 길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논란 끝에, 디지털교과서 도입 문제는 반대 여론으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있다. 중요한 정책이건만, 아이들과 직접 교육활동하는 교육 현장의 상황과 정서를 무시하고 급하게 행정적인 절차로, 자신만의 속도로 추진하는 교육부나, 이에 격렬히 반대하는 목소리 모두 너무 급하고 극단적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된 학생과 학부모의 궁금증과 불안감, 이로 인한 또 한 번의 공교육 불신이 더해졌을 뿐이다. 이 과정은 그동안 우리가 보아오던 공교육 불신을 자초하는 교육부의 탁상행정 만능주의를 상기 시킨다.
미래교육은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에 방향을 맞추어야 한다. 미래 사회의 특성을 생각할 때 디지털 교과서이든 디지털 교육자료이든, 도입해야 하는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교육자료 도입의 장점도 많고 단점도 그만큼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책으로 된 교과서의 장점과 단점도 그에 못지 않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성세대가 얼마나 익숙한 것이냐는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디지털 교육자료는 소수 교과지만 개발되었고 학교마다 기반 시설도 마련되었으니 이 디지털 교육자료를 어떻게 활용하여야 좋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느 연령대부터, 어느 교과부터 어떻게 활용할지 등 등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연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고민이 설령 헛된 결말에 이르더라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독이 된다면 그 독을 먼저 먹어보는 심정으로, 약이 된다면 신약을 개발하는 기쁨으로 미래교육자료 디지털 교육자료를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문명이 변하고 있고 그 속도는 빠르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커나가는 모습도 그처럼 빠르다. 사회문화의 트랜드도 그 만큼 빠르다. 과거에 이어오던 것은 버리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를 피하지 말고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책과 디지털교육자료의 융합을 적극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길은 나와 너를 버리고 오롯이 학생들을 생각할 때 바르게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지금은 고인이 되신 홍성표교육감님의 질책 어린 말씀이 생각난다.
정상신(대전미래교육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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