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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소설가 |
'케데헌'에서 인상 깊었던 설정이 악귀를 쫓아내는 데몬 헌터스가 무당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마을의 안녕과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굿판을 벌였던 무당이 시대의 옷으로 갈아입고, K-팝 월드 스타로 등장해 노래와 감정, 팬들과의 유대로 악귀를 막는 방벽인 '황금 혼문'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한국 영성(靈性)문화코드를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굿판은 마을의 축제이면서 무사 안녕을 비는 제사였다. 신령과의 원한을 푸는 해원의 장이기도 했다. 무당은 춤과 노래로, 때로는 작두 위를 걷는 신비한 마법(?)으로 모인 이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기도 하고, 신령과 인간의 영매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마을의 스타였다. 그런데 그런 굿판이 현대에서는 사라지고 그들의 존재는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마을 공동체 영성문화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도 만약 한국의 굿판이 부활한다면 '케데헌'의 콘서트장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K-팝 월드 스타인 걸그룹 3인방(그룹명 헌터릭스)은 가수이면서 악귀를 막는 데몬 헌터스이다. 그들이 부르는 '골든(Goden)'은 두려움과 거짓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상처투성이인 나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라면 강해질 수 있어'란 메시지를 던지며 이 시대의 악령을 이겨나가자고 노래한다.
이 시대의 악령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장하여 편을 가르고, 분열과 거짓된 팬덤문화를 만든다. 좌파와 우파, 흙수저와 금수저, 패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양극단을 조장한다. 영화에서는 데몬 헌터스인 '헌터릭스'에 대항하는 저승사자이자 남자 아이돌그룹인 '사자보이즈'가 그들이다.
'사자보이즈'의 리더이자 저승사자인 진우에게는 늘 과거의 망령이 따라다닌다. 과거에 겪었던 두려움, 거짓된 삶이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악령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영혼마저 파괴하려 든다.
걸그룹 '헌터릭스'가 마지막에 부르는 치유의 노래 'What It Sounds Like'는 'The scars are part of me, darkness and harmony. My voice without the lies, this is what it sounds like(상처조차도 나의 일부야, 어둠과 조화로움. 거짓 없는 나의 목소리, 이게 바로 그 소리야)'라고 외치며 내 속의 빛을 드러내려 한다.
오늘날의 악령인 분열의 팬덤문화는 두려움과 거짓 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다. 과거의 망령에 시달리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당의 굿판이 마을공동체를 통합하고 영성문화를 만들었듯이, K-팝 전사들이 세계를 무대로 이 악령을 퇴치하고 노래와 춤, 연대를 통해 K-영성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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