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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
치유농업은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 차원에서 육성되고 있는 산업이다. 국민 건강 회복·유지·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농업과 복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병원과 복지시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만성질환, 우울, 스트레스, 고령화로 인한 돌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는 개념이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재배하며 숲길을 걷는 것은 심리 안정, 스트레스 해소, 사회 관계망 회복에 효과가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도는 풍부한 농촌자원과 문화를 바탕으로 치유농업을 선도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충남농업기술원은 치유농업센터를 운영하며 우수 치유농장을 발굴하고, 치유농업사를 비롯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프로그램 표준화와 안전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복지기관, 의료기관과 협력해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농업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산업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기반이다.
충남에는 지역 곳곳에 80개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40명의 치유농업사가 활동하고 있다. 천안의 '별꽃 원예치유농장'에서는 반려식물 심기와 오감 자극 활동을 통해 정서 안정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은 고립감과 우울감을 완화시켜 준다. 원예치료사 안내에 따라 분갈이, 삽목, 압화 만들기 등 초보자도 부담 없이, 1시간 내외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마음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논산의 '에파코팜'은 체류형 치유농장이다. 염소, 토끼 등 동물과 교감하는 동물매개 프로그램부터 허브·꽃을 활용한 원예체험, 편백숲 해먹에 누워 즐기는 숲 치유, 식용 꽃을 활용한 요리 치유까지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가벼운 호흡, 명상과 숲길 산책을 엮은 코스가 구성돼 있어 '농장 속 치유여행'으로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예산의 '도나의 숲'은 숲과 텃밭을 배경으로 허브솔트 만들기, 연잎차 체험 등 계절을 담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 활동을 함께 진행하며, 농업이 사회 돌봄과 복지를 연결하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와 함께 모종 심기·관찰일기 쓰기를 해보면 가족 간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늘고,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팜파티형 활동은 '함께 밥 먹고 함께 걷는' 느린 시간의 가치를 일깨운다.
예산의 '오색꽃차농원'은 꽃과 차를 매개로 한 감각 치유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꽃차 티백 만들기, 허브 오감 체험, 꽃을 활용한 공예 활동 등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꽃차를 마시면서 향기를 맡고 따뜻한 찻잔의 촉감을 느끼는 시간은 불안을 낮추는 데 유용하며, 계절 꽃을 활용한 공예품 만들기는 작품으로 남아 '일상 속 지속되는 치유'로 이어진다.
태안 '매화둠벙마을'은 글램핑과 농촌체험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통 둠벙(물웅덩이) 생태를 체험하고, 캠핑과 자연을 동시에 즐기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함께 쉼과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농촌 경관과 바다를 함께 품은 이곳은 도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재충전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아이들과 둠벙 생물 관찰과 논둑 산책을 하고, 밤에는 별 보기와 모닥불 놀이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가을은 농촌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논은 황금빛으로, 산은 알록달록 단풍으로 장관을 이룬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충남 농촌의 치유농장에서 하루를 보내길 권한다. 가을빛 충남의 치유농장은 언제나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처럼 따뜻하게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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