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장례문화의 진화, 전통에서 디지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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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장례문화의 진화, 전통에서 디지털로

최정민 미술평론가

  • 승인 2025-09-24 17:01
  • 신문게재 2025-09-25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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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 미술평론가
무덤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 중요한 문화적 산물이다. 본질적으로 무덤은 고인의 시신을 매장하는 공간으로, 종종 묘비와 함께 세워진다. 전통적으로 흙을 덮어 봉분 형태로 만들거나, 평평하게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특수한 경우에는 수중에 매장되어 '수중묘'라 불리기도 한다.

매스컴에서 무덤은 종종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은 한반도 전역의 전설과 민간 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으며, 공동묘지가 공포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2024년 개봉된 영화 《파묘》 역시 무덤을 파헤치는 파묘 행위를 둘러싼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러한 묘사는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무덤은 청동기 시대에 '고인돌'이라는 형태로 시작되어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자신의 소지품이 나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함께 매장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는 죽음 이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삼국시대에는 흙더미를 쌓아 둥글게 만든 봉분 형태의 무덤이 등장했으며, 이는 왕과 고위 계층의 무덤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일반 백성들은 봉분 없이 주검을 간소하게 땅에 묻는 방식으로 매장되었다. 또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도입으로 화장(火葬)이 널리 시행되었다. 당시 화장 후 유골을 납골 용기에 담아 매장하는 방식이 발전했으며, 이러한 형태는 오늘날 부여 지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납골 용기와 무덤 형태로 확인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리학의 영향으로 유교식 상례가 정착되면서 화장은 금지되었고, 대신 주자가례를 기반으로 한 매장 문화가 널리 퍼졌다. 이 시기에는 순장 풍습을 대체하기 위해 작은 인형이나 소형 그릇과 같은 명기(明器)를 무덤에 함께 묻는 관습이 나타났다. 또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신분에 따라 무덤의 규모와 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사대부 이상의 양반층은 회곽묘(灰槨墓)와 같은 고급 무덤 형태를 사용했지만, 일반 서민들은 토광묘 또는 목관묘에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에 이르러 장례문화는 크게 변화했다.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의 전환은 인식 문제로 인하여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땅 소유 제약과 비용 문제로 화장이 보편 화되었다. 2023년 기준 봉안당에 안치된 유골은 248만여 구로, 납골당 등의 시설 포화로 인해 2025년 산분장이 합법화되었다. 산분장은 골분(뼛가루)을 자연에 뿌리는 방식으로, 강, 바다, 산 등에서 시행할 수 있다. 이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유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추모 방식이 도입되었다. 2020년 9월부터 시행된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은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장례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무덤과 장례문화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며 각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욕구를 반영해 왔다. 과거의 매장 중심의 문화에서 화장, 산분장, 디지털 추모 서비스로 이어지는 변화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추구하며 현대인의 필요에 부응하는 결과이다.

앞으로의 무덤 문화는 '공간 절약', '환경 보호', '디지털 기술', '맞춤형 장례'라는 4가지 키워드로 변화할 것이다. 고인의 생전 목소리, 말투, 사진 등을 AI로 학습하여 사후에도 가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는 그날이 머지않았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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