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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개척단 사건 관련 사진(사진=독자 제공) |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산개척단 피해자 및 유족 112명을 대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 법원으로부터 총 118억 원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0년대 초 정부가 '사회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충남 서산지역에 개척단을 설립하고, 전국의 고아·부랑인 등 무의탁자 1,700여 명을 적법 절차 없이 체포·수용한 사건이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이주정착 계획에 따라 개척단 운영을 지원하며 관리·감독했으나, 단원들은 사실상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 부실 급식, 의료방치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
정부가 약속했던 개간지 분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앞서 서산개척단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임 인정 및 피해자 명예 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피해자 및 유족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 진실화해위 조사보고서의 민사소송상 증거능력 인정 여부, ②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도과 여부였다.
공단은 "피해자들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이를 반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인권침해 사건의 특성상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총 118억 원을 배상 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입소 기간 1일당 15만~20만 원으로 산정됐으며, 일부 사망 사건은 별도 위자료가 인정됐다.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윤성묵·이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가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 법원이 공식적으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라며 "위자료 수준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늦게나마 역사적 상처에 법적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당시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장은 진실화해위원회에 손편지를 보내 서산개척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지역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금전적 배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법원이 국가 주도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늦었지만 정의는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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