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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총장이 10월 13일 세계 실패의 날을 맞아 자신의 실패담을 SNS에 공개했다.
이 총장의 실패담은 학교 기부금 모금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이 총장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거의 매주 가능성이 있는 분을 만난다"며 "만나러 갈 때마다 매번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난다. 평소 잘 알지 못하던 분에게 기부 말을 꺼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스스로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분에게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 왔다'고 되뇌며 용기를 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리던 그것이 아닐 때가 더 많다.
이 총장은 "어제도 어느 분을 만났다"며 "반응이 별로였다. 역시 실패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올 때는 뒤통수가 화끈거린다. 그래도 하루 쉬었다가 다시 다른 분을 찾아 면담 요청을 한다"며 "이처럼 저의 일과는 실패의 연속"이라고 소개했다.
이 총장은 "기금 모금 과정의 속마음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부끄럽지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분에게 어떤 일을 요청할까 망설이는 분에게 힘이 될지 모르겠다.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시도해 보고 후회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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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곧 혁신의 토대"라며 "10월 13일 하루만이라도 오늘 내가 겪은 작은 실패를 떠올리고 나누면 좋겠다. 그 순간이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실패의 날은 2010년 핀란드 알토대 학생들이 만든 날이다. '도전의 본질에는 실패가 있다, 실패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노키아 몰락과 고용 불안 속에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며 전국 캠페인으로 확산됐으며 이어 독일과 영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되며 현재는 전 세계적인 실패를 성찰하는 날로 자리잡았다.
KAIST는 2021년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고 '망한 과제 자랑대회', 실패 에세이 공모전, '실패 포토보이스' 등 학내 실패 공유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24년 구성원 대상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80% 이상이 연구소 활동이 인식 개선과 회복력·유연성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KAIST는 2025년 그 성과를 바탕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11월 7일엔 'AI×실패 아이디어 공모전' 상위 10개 팀이 '실패 학회'서 아이디어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성호 KAIST 실패연구소장은 "실패를 가볍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KAIST 구성원들의 실패 수용도가 일반인보다 2배 높은 것도 이런 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총장은 "KAIST는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실패를 성찰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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