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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종묘 차담회 의혹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에 대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은 김 여사가 외국인 화가 일행과 함께 조선 왕실 제향의 공간에서 비공식 차담을 가진 것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유산청이 어떻게 개입했고, 무엇을 묵인했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광산을)은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화 한 통으로 종묘 문이 열렸고, CCTV까지 꺼졌다"며 "국가유산이 권력의 사적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가 공개한 질의에 따르면, 대통령실 행정관의 연락을 받은 국가유산청은 사용허가 신청 절차 없이 경호처의 요구에 따라 망묘루 출입을 허가했다. 경호처는 현장 직원들에게 "초소에 들어가 블라인드를 내리고 나오지 말라"고 지시했고, CCTV 녹화도 중단됐다.
국가유산 사적 사용 논란의 핵심은 '절차의 부재'다.
그는 "10년간 종묘 출입 예외는 대통령뿐이었는데, 대통령 부인은 규정상 예외 대상이 아니다"며 "국가유산이 권력에 의해 사유화됐다"고 말했다. 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한 것은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의도적 은폐"라고 했다.
이에 이재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은 "경호처가 보안상의 이유로 요청했다"고 해명했지만, 경호 명분으로 모든 절차가 생략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종묘 신실은 조선 태조의 4대조부터 영친왕까지 32왕의 신주를 모신 공간이다. 그 앞마당인 월대조차 일반인은 오를 수 없다. 그런 장소가 대통령 부인의 개인 일정으로 개방된 것이다.
같은당 임오경 의원(광명갑)은 "종묘를 지켜야 할 기관이 '차담회 지원조직'으로 전락했다"며 "직원들에게 들기름 청소를 시키고, 현장 접근은 막았다. 특혜와 불법이 뒤섞인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자료 은폐 논란도 재점화됐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고양병)은 "23년과 24년 두 차례 외에는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다가 언론 보도 이후에야 추가 제출했다"며 "국회를 기만한 행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가유산청은 작년 국감 이후 같은 문제로 두 차례 보완 보고를 했지만, 종묘 외 방문 기록이나 내부 보고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의원들은 "행정이 경호처와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기록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연신 사과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국감장은 냉담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잘못을 인정한다"며 "특검과 관계없이 필요하면 자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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