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세뇌랄까, 작가는 가난하다는 세간의 말에 필자 역시 가난할 수밖에 없겠다고 상상했다. 전업 작가로 살아야지, 작심 하면서 결혼도 포기했다. 귀한 사람 데려다 고생시킬 수 없다는 소박한 생각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고 살아오지만, 늘 돈과 인연이 없다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더러 없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각성하지 못하여 그러려니 하고 산다.
살아서 자신의 성공을 만끽했던 파블로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 같은 작가를 그렸다면 일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불현 듯 다가오는 생각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란 정체성 때문에 기회가 와도 '내 것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회피한 것은 아닐까? 노래 부르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하지 않는가? 자기 암시가 떠오른다.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할 때 시찌다교육용 프로그램을 제작한 일이 있다. 당시 시찌다 마꼬도 책이 50여권이나 소개되어 있었다. 다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방식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작성을 위해 공부해야만 했다.
오래 전 일이고 일설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우뇌가 화두였던 것 같다. 우뇌는 직관, 이미지, 감성을 담당한다. 속독, 이미지 기억, 직관력, 창의력, 영감, 예술적 감수성, 공감 능력, 감정이입 등과 관계가 있다. 태아부터 두뇌 발달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우뇌발달은 3세 때 절정을 이루며 이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 6세가 지나면 거의 발달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조기교육론이다. 사랑과 격려, 인정, 포옹, 칭찬으로 임해야 배가된다.
우뇌에도 좌뇌와 같이 오감이 있다고 한다. ESP(Extra-Sensory Perception)라 한다. 텔레파시(Telepathy), 투시력(Clairvoyance), 촉지력(Psychometry, 사물감응), 예지력(Precognition), 염력(psychokinesis) 또는 회상지각(Retrocognition) 등이다. 초능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시찌다는 '초감각'이라 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 주장한다. 과학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과학적 증거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잠재의식의 확장으로 보기도 하며, 종종 드러나기도 한다.
시찌다교육은 학습내용마다 개발, 강화, 수련법을 제시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다. 모두 소개할 수 없는 일이어서, 한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모두에서 언급한 이미지 훈련(Image Training)이다. 예술가, 기업가, 운동선수 등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상만으로 실제처럼 인식하고 신경회로가 강화된다. 이미지가 무의식속에 자리 잡으면 사고와 행동이 그 방향으로 조정된다. RAS(Reticular Activating System, 망상 활성화 시스템)이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로 주변 정보 중 그에 부합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보게 한다.
먼저, 조용한 공간에서 심신이 완전히 이완되도록 준비한다. 잔잔한 음악이나 향을 곁들이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시각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양, 크기, 색깔, 소리, 냄새, 촉감, 감정까지 떠올린다. 감정은 긍지, 자부심, 감사, 책임감 같은 것들이다. 감정이 함께하면 무의식에 각인 된다고 한다. 이루고자 하는 내용을 3 ~ 5회 반복하여 언어로도 암시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바뀐다. 이미지대로 성취한 것처럼 행동한다. 이미지가 뇌를 바꾸고, 뇌가 행동을 바꾼다. 행동이 바뀌면 현실이 따라온다고 한다.
예술가에겐 예술적 사명감, 작가관, 작품성 등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작게는 상상력, 창의력, 직관과 영감에 대해 이미지 한다. 혹여 명성이나 상 같은 것을 이미지화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은 좋은 작품에 부수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설마나 의심은 금물이다. 간절함과 절실함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세상만사가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상이 없으면 새로운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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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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